[동네뉴스] '변화를 위한 내비게이터' 김수용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

  • 이준희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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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8   |  발행일 2022-02-09 제13면   |  수정 2022-02-10 08:17
김수용
대구장애인권익협회 김수용 교육팀장

사단법인 대구장애인권익협회 김수용 교육팀장(59·대구시 송현동)은 절단 장애인이자 지체장애인이다. 네 살 때 부산에서 발생한 불의의 교통사고는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았다.

고교시절 그는 의사가 되기 위해 학업에 매진했다. 하지만 지원한 대학의 면접관들이 수학이 불가능하다고 최종 결정하면서 불합격 처리됐다. 당시 장애인에게 의대 진학은 사실상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결국 그는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진학하면서 진로를 바꾸게 된다.

졸업 후 그는 취업을 위해 수십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에서 계속 퇴짜를 맞았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공무원에도 도전했지만 '장애인은 안 받습니다'라는 단칼에 또다시 주저앉고 만다.

절단장애인인 그에게 세상은 물론 종교도 가혹했다. 목회자의 꿈을 꾸었지만 장애라는 벽을 끝내 넘지 못한 것. "아,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열심히 살아갈 기회조차 주지 않는구나."

세상을 버릴 생각까지 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직장을 얻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는 또 다른 차별에 울어야 했다. 2년마다 승진이 보장되는 자리이지만 그의 자리는 늘 그대로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직장을 그만둔 그는 40대에 접어들면서 교회 생활에만 집중한다. 교회에서 발 마사지 봉사를 하던 그는 당시 대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의 권유로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에게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김 팀장은 교육 신청이 들어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 '열정 강사'다. 이런 그에게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동권'과 '접근권'이다. 전동스쿠터로 이동하는 김 팀장은 기차로 이동할 때 곤욕을 치르곤 한다. KTX와 달리 무궁화 열차의 경우 객차 공간이 좁아 전동스쿠터는 아예 접근조차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시외버스 경우 저상버스가 없다. 이처럼 교통여건이 나쁜 경우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육팀장의 주 강의 대상은 어린 학생이다. 그만의 원칙 하나가 바로 전동스쿠터를 교실 안으로 타고 들어가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낯선 이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다리가 되고 이동수단이 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다.

김 팀장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다름과 닮음을 이해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올바른 장애 감수성을 키우는 사회적 장애인식개선 교육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애 감수성이 필요해서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후 대구 도시철도 역사 내 엘리베이터와 승차권 발급 버튼에 향균 필름이 부착됐지만, 필름이 두꺼워 점자를 만져야 하는 시각장애인이 해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대한 시정 요구가 이어지자 얇은 필름으로 교체됐다. 또 키오스크 경우 너무 높이 설치돼 있다 보니 장애인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는데 시설 개선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김 팀장은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은 비단 비장애인만 해당되지 않는다"며 "장애인도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원만하게 살아갈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어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화를 위한 내비게이터' 김 팀장. 그가 있어 많은 장애인이 살아갈 힘을 얻고 있는지 모른다.

이준희시민기자 joonh1125@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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