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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대구 북구 경북대 교정에서 운동 나온 사람들이 운지버섯을 따고 있었다. 보통 고사한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 있는 운지버섯은 참나무의 몸통부터 가지까지 빈틈이 없을 만큼 자라고 있다. 사람들의 손이 닿은 곳까지는 딸 수 있으나 그 이상의 높이는 딸 수가 없을 정도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죽어 있는 나무에는 생명이 깃들고 있는 새로운 모습이다. 아무렇게나 자란듯하지만 나무를 들여다보면 자기들만의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버섯들이 무수히 피어오르니, 마치 꽃 같다. 부채 같기도 하고 가로등 불에 날아드는 나방의 날개와 닮아 있기도 하다. 겉보기엔 딱딱해 보이지만 보들보들하고 탄력도 있다.
운지버섯은 대부분 고사한 활엽수나 침엽수의 그루터기에 붙어 자란다. 습기가 적은 고사목에 군생하고 있어 웬만한 야산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버섯의 앞면은 회색이나 검은색 뒷면은 흰색인 것이 식용으로 적합하다.
운지버섯 외에도 썩어서 죽은 참나무에 붙어살아가는 곤충들을 비롯해 참나무 그루터기엔 수십 가지의 생명이 살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면 하나가 되는 법이니 닮은 듯 닮지 않은 듯한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은 삶은 참나무처럼 더 많은 것을 품어내며 살았으면 좋겠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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