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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대를 맞아 K-pop과 메타버스의 흥미로운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팬덤의 힘이 강한 K-pop 업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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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콘서트 '레벨업(LV↑↑)'에 참여한 비비, 윤미래, 타이거JK, 비지 아바타(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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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아바타. |
지난해 12월, 브랜드 스토리텔러그룹 컨트롤과 필굿뮤직이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 탈(TaaaaaL)의 메타버스 콘서트 '레벨업(LV↑↑)'이 개최됐다. 메타버스 플랫폼 크립토복셀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단순한 공연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와 연관된 다양한 NFT 아이템과 아트워크 등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크립토복셀은 다른 플랫폼들과는 달리 접속할 때 주소만 알면 별도의 가입이나 앱 다운로드 같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무료로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이러한 폭넓은 접근성 때문에 기존 블록체인 유저는 물론 글로벌 팬들의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공연에 앞서 아티스트들은 자신들만의 개성이 담긴 NFT도 선보였는데, 가수 타이거JK는 감각적인 붐박스, 윤미래는 귀여운 애완견, 비지는 재치있는 공룡 NFT로 아이덴티티를 담아냈고, 비비는 자신이 직접 드로잉한 미술작품을 NFT화하는 남다른 미술감각을 뽐냈다. 이날 공연은 플랫폼 내 일방문자수 전체 4위를 차지했다. 같은 플랫폼에 부스를 보유한 아디다스와 펩시보다 높은 기록이다.
컨트롤 측은 "메타버스 활성화를 위한 커뮤니티간의 시너지 효과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자리였다"며 "지속적으로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 콘서트는 이미 대중친화적인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캇의 온라인 콘서트에는 1천230만 명이 동시에 접속했고, 스눕 독은 본인의 자동차 컬렉션, 애완견 등 3D 아바타 컬렉션 및 NFT 컬렉션 등을 출시해 큰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반면 K-pop과 메타버스의 흥미로운 조우 사례는 거창한 세계관보다는 실제 운영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K-pop IP의 만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블랙핑크의 협업 사례다. 2020년 9월 블랙핑크가 아바타 형태로 연 팬 사인회에는 무려 4천600만 명이 모였다. 이같은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있지(ITZY),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전소미 등이 제페토에서 팬미팅을 개최했고, 이를 통해 그들의 공식 활동 헤어스타일, 패션, 포인트 안무를 따라 출 수 있는 아이템과 포즈 등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했다.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팬데믹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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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캐릭터들 |
NFT는 디지털 파일에 고유 식별값을 부여해 복제가 불가능하게 만든 가상자산이다. 국내에서는 래퍼 팔로알토, 가수 세븐, 그룹 이날치 등이 NFT 음원과 음반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알렸다. K-pop과 NFT의 결합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K-pop 팬덤이 대중 음악 시장에서 가수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고, 그 충성도가 MD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연간 1천5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한 K-pop MD 시장의 크기를 향후 형성될 NFT 시장의 밑바탕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다수 존재한다. 이를 위해 JYP엔터테인먼트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고 K-pop 기반 NFT 플랫폼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이브 역시 두나무와 NFT합작법인을 최근 출범했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제페토의 가입자 수는 현재 2억 4천만 명을 넘어섰다. 기존에 형성된 팬덤을 활용해 또 다른 수익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아티스트가 직접 음악 및 MD를 판매하는 경우, 팬은 기존에는 구매가 불가능했던 지적재산권 등의 특별한 가치를 한정판으로 소유하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중개 없이 직접 아티스트의 수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물론 NFT가 가지는 유일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점차 그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실질적인 유형의 '물품'이 거래되지 않는 것에 아직 거부감을 가지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 구매에 큰 관심이 없는 국내 소비자의 특성 및 지적재산권 등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개념이 확고하지 않은 대중정서 등이 걸림돌이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메타버스나 NFT는 음악 업계가 발굴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사업인 동시에 지속가능하고 유의미한 사업이 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철저하게 수반되어야 하는 사업"이라며 "'팬더스트리'라는 단어 가운데 '산업' 보다 '팬'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선행되어야 미래 산업으로서의 형태를 오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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