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대구로 '셀프 하방' 하겠다는 홍준표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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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4   |  발행일 2022-03-14 제26면   |  수정 2022-03-14 07:18
윤석열 정부 출범 앞두고
대구로 하방하겠다는 洪
명확히 밝힌 시장출마 뜻
국회의원과 시장 자리를
대권 길목 삼으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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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下放)'은 중국에서 공산당 당원이나 공무원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농촌이나 공장에 보내서 노동에 종사토록 하는 일이다.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이 '지식인은 반드시 노동자·농민과 서로 결합해야 한다'라며 하방을 지시함에 따라 중국의 도시 지식청년 수백만 명이 농촌에서 육체노동을 했다. 하방이란 용어 자체가 '아래로 추방한다' '수도에서 내보낸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론 숙청이나 유배를 의미하는 셈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었던 덩샤오핑도 정적들에 의해 난창의 한 트랙터 공장으로 하방을 당한 바 있다. 그런 '하방'이란 단어를 최근 연달아 사용하는 한국 정치인이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패했던 홍준표(대구 수성구을) 의원이다.

홍준표는 지난 1월7일 '홍카콜라'에서 "다음 대선에 한 번 더 도전해 보려면 어떤 자리에 있는 것이 좋을까. 여의도에 계속 있는 게 좋겠나. 중앙정치에서 패퇴했기 때문에 '하방'하는 것이 옳겠나. 3월9일 이후에 결정하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중앙당에 비대위가 설치되는 등 자기 역할이 있겠지만, 성공하면 자신과 대치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새 정부에선 설 자리가 없으니 대구로 가겠다는 거였다. 대구는 본인의 국회의원 지역구인데 굳이 대구로 '하방'하겠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 무렵은 '홍준표 대구시장 출마설'이 돌 때였다. 결국 이런 시나리오다. '대선 승리로 국민의힘이 여당으로 변신→홍준표, 대구시장 여당 공천 도전→성공하면 국회의원 배지 떼고 시장선거 출마→당선→보수의 심장 대구의 시장으로서 2027년 대선 다시 도전'.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중심적인 그림인데, 윤석열 정부 탄생이 이뤄지면서 이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키고 나섰다.

홍준표는 11일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글을 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정권교체가 되었다. 중앙정치는 윤석열 당선자에게 맡기고 저는 하방을 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리모델링 꿈이 좌절된 지금 제가 할 일은 나를 키워준 대구부터 리모델링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에서 하방을 결심하게 되었다." '하방'을 그냥 대구로 내려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도, 수많은 말들이 입안에서 쏟아져 나오려 한다. 대구는 중앙에서 실패한 정치인이 '셀프 하방'하는 곳인가. 대구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건 지역 국회의원으로선 관심도 없다가 대권 길목으로 삼을 시장 자리에 욕심을 내면서 갑자기 생각났나. 어차피 대구시장은 한 번만 할 건데 4년 만에 홍준표식 대구 리모델링이 가능한가. 서울과 경남에서 정치를 하던 홍준표가 2020년 총선 때 갑자기 초·중·고를 다닌 대구로 옮긴 건 출생지이자 도지사를 지낸 경남에서 마땅한 출마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다 TK의 차기 대권주자도 마땅치 않자 내친 김에 대구에서 무소속 출마란 승부수를 던졌고, 대선 최종예선까지 가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따지면 그때도 대권 길목용으로 '대구 국회의원' 자리가 필요했던 셈이다. 4년만 할 요량이었으니 리모델링이 필요한지 관심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이번엔 대권 3수를 준비하면서 대구시장을 길목으로 삼겠다는 궁리를 하는 게 너무 눈에 빤하게 보인다. 대구시민들은 홍준표의 '셀프 하방'을 어떻게 평가할까.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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