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일본의 구미호 소동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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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8   |  발행일 2022-03-28 제25면   |  수정 2022-03-28 07:26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지금 일본엔 구미호 이야기가 한창이다. 나스 유모토 온천 부근에 일본의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한 용암이 있는데 이것이 지난 5일 두 쪽으로 갈라졌다. 이 돌은 구미호 전설과 얽혀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 전설은 12세기의 도바(鳥羽) 천황에게서 비롯된다. 도바 천황은 절세미인에다 영리한 다마모노마에가 입궁한 후로 병으로 앓아누웠다. 그 여자는 사람이 아니라 구미호임이 밝혀져 군대가 출동하여 그 여우를 잡아 죽였더니 여우는 독을 뿜는 돌로 변했다. 그 후 그 돌에 다가가는 인간이나 동물은 다 목숨을 잃어 살생석이라 불렀는데 최근에 갈라진 것은 바로 그 돌이다. 그 구미호 때문에 일본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는 것.

17세기에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그 돌에 가보니 과연 나비와 벌이 많이 죽어 땅의 모래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온천을 찾아오는 산짐승이 독가스로 죽는 일이 있었다. 한 선사가 그 돌에 접근하자 한 여자가 나타나 그 돌에 가까이 오면 사람, 새, 짐승 할 것 없이 다 죽을 것이라 하고는 사라졌다. 선사가 주장자로 그 돌을 갈라 그 여자를 다시 불러내어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하였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곳에는 땅속에서 유황가스가 나와 이 돌에 균열을 일으켰고 거기에 빗물이 들어가 갈라진 것이다. 어떻든 구미호가 들어 있던 돌이 갈라졌으니 구미호가 나와 돌아다닐 것이 분명하다. 아사히신문에는 "재앙의 징조일까 좋은 징조일까"를 묻는 기사가 실렸다. 구미호의 출현은 코로나, 우크라이나전쟁, 후쿠시마 지진 같은 대재앙의 예고로 보는 사람도 많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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