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메타명리학] 사주팔자 방정식, "대운 들어와도 누구나 '성공 열쇠' 쥘 수 없어…시기가 왔을 때 목표 달성 위한 준비 전제돼야"

  • 이재호 사주공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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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1   |  발행일 2022-04-01 제37면   |  수정 2022-05-06 08:58
사주팔자로 미래가 결정 된다면 아무도 노력하지 않을 것
외부 변수로 운이 좋았기 때문에 성공하는 건 지나친 바람
상담으로 누군가에 굴레 씌운다면 명리학 존재할 이유 없어
명리학 공부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지 고민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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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의 허와 실

사주팔자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특히 미래 예측이 정말 가능할까. '추길피흉(追吉避凶)'에 대한 인간 본능과 결합하기 딱 좋은데,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결과 일단 표준적인 프레임은 발견하지 못했다. 사주 해석자의 역량이나 스타일에 따라 한 사람을 살리기도 혹은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살리는 쪽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상담으로 누군가에게 굴레를 씌울 수 있다면 명리학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명리학을 공부하더라도 모두가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설익은 내용으로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우월감으로 사주명리를 다룬다면 그야말로 어린아이에게 칼자루를 맡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사주명리학이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으려면 그 실체가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 그 핵심은 '운(運)'이라는 용어에 대한 올바른 정의다. 사주에서 운은 정(靜)과 동(動)으로 구성된다. 정적이라 함은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 즉 사주 그 자체다. 동적인 것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명주(命主)가 맞게 되는 유년(流年), 즉 10년마다 대운(大運)과 1년마다 세운(歲運)이 각각 해당한다. 사주 해석은 타고난 사주 자체의 모양새와 함께 사주마다 주어지는 대운과 매년의 세운 흐름이 어떤 화학적 결합물을 만들어낼지 밝히는 것이라 하겠다.

◆준비된 자에게만 작동한다

문제는 운에 대한 해석론이다. 사주명리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대개 운(運)이 지닌 동적인 특성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타고난 사주는 인간이 관여하기 어려운 영역이 맞다. 하지만 유년에서 찾아오는 대운의 경우 본인의 준비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결과치가 크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운은 누구에게나 기계적으로 찾아오지만 그에 따른 열매는 스스로 준비해서 만드는 개념이다. 외부변수로서 운이 좋았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다. 평소 자신의 기질과 장점을 활용해 자신의 상품성, 즉 목표 달성을 위한 준비 과정이 먼저 전제돼야 한다. 그것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運)가 왔을 때 비로소 뚜렷한 성공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이치다. 명리학에서 시간은 변경이 불가하지만 공간은 선택적 요소로 본다. 흔히 무슨 대운이 들어오니까 어떻게 될 것이라는 형식으로 사주풀이 하지만 그 결과치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계상으로 나와 동일한 사주를 가진 사람이 국내에 약 100명 정도 있다고 보면 되는데, 같은 대운이 들어왔다고 모두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점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대통령 사주

한 예로 지난번 다룬 윤석열 당선인 사주를 보자. 솔직히 나는 윤 당선인 사주 자체만으로 대통령을 예측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는 생각이다. 명리학 분파 중 춥고 따뜻함의 기후적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난강망(欄江網)' 이론이 있다. 오늘날 현장 술사들 사이에서 많이 활용되는 기법이기도 한데 이 해석법을 적용해 보자. 경자년 무자월 경진일에 태어났고 시(時)는 확인이 안 된다. 일단 양력 12월의 자월(子月)에 태어난 경금(庚金) 일간(日干)이라면 추운 계절에 차갑게 움츠려 있는 쇳덩이 형상이어서 우선 사주에 불(火)이 들어있는지 봐야 한다. 불이 있다면 일단 귀(貴)함은 얻었다 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쇳덩이(즉 윤 당선인)는 화력이 강해야만 녹여 유용한 물건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화기에 필요한 땔감, 즉 목(木) 기운도 함께 있다면 부(富)함도 겸비했다고 본다. 그런데 윤 당선인 사주엔 화도 목도 안 보인다. 혹시 태어난 시간에 있을 수는 있겠는데, 한밤중 시간대라면 화가 들어가는 병자(丙子)나 정축(丁丑) 간지가 세워진다. 목 기운은 오후일 때 갑신(甲申)이 들어온다. 하지만 목이든 화든 간지 구조상 세력이 약해 부귀를 논하기엔 부족한 조합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됐다. 사주팔자로 보는 결론은 뭔가. 메타명리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강직한 무관(武官)의 기질로 태어나 사주에 없는 세속적 부귀보다는 정의를 실천하는 법조계의 길을 잘 닦은 결과 관성(官星) 대운이 왔을 때 생각지도 못한 대통령에 오른 것이다. 실제 2024년까지 윤 당선인 사주엔 관에 해당하는 화 기운이 강하게 들어왔다. 난강망 같은 사주이론이 무용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과정은 생략한 채 미래 길흉을 예단하는 방식의 사주풀이법은 옛날 신분제 사회라면 몰라도 요즘 시대라면 절제될 필요가 있다.

◆사주팔자는 조건방정식

그렇다면 타고난 사주는 뭘 뜻할까. 미래의 나를 규정할 '조건방정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사주 여덟 글자 특성과 구조를 분석하면 명주(命主)의 성격과 직무 적성, 학습 능력, 사회활동 방향, 배우자와의 결합도, 삶의 태도, 일하는 스타일, 대인 관계, 재물과 조직생활과의 인연, 물질을 대하는 태도, 종교적 성향 등의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즉 일종의 '비밀 코드'다. 물론 이것으로 부를 추구할지 아니면 귀함을 따를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러므로 사주팔자 자체만으로 미래의 확정적인 내 모습은 알 수 없다. 명리공부 과정에서 '백발백중'을 자처하는 술사들을 숱하게 목격했다. 주장은 자유이겠지만 이런 접근법 자체가 명리학 대원리와는 정면 배치된다. 명리학은 음양의 공존이라는 절대 법칙에 근거하는데, 현재 시점에서 인간의 미래가 확정될 수 있다면 이는 음양 중 하나만 존재하는 구조다. 음과 양은 늘 공존한다. 우주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1분 후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야만 세상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음양의 법칙이라 생각하면 된다. 내 미래가 사주에 의해 이미 결정되는 것이라면 누구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 우주는 사계절이 같은 패턴으로 무한 반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결과물은 항상 다르다. 결과물이 다르다는 것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현재라는 것에 의미가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는 조건부 고차방정식 체계이며 현재 뭘 할지에 대한 선택은 자기 몫이다. 메타명리학은 결론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현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안 모색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컨설팅 도구라 하겠다.


■ 〈용어 풀이〉 '난강망 이론'

명리학은 오랫동안 강호파(江湖派)와 서방파(書房派)로 양분된 채 각자 이론들이 전승되고 있다. 중화민국 시절 대표적 명리학자로 이름이 높았던 서락오(1886~1948)는 평소 강호파는 학문적 뿌리가 얕고 상식이 결핍되었다는 점을, 서방파는 명리를 심심풀이 도구로 취급해 실전에 취약함을 지적했다. 각자 개성이 강한 탓인지 오늘날에도 물과 기름처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난강망은 사실 책 이름이다. 저작 연대는 명나라(1368~1644) 시기로 추정될 뿐이고 청나라 때 '조화원약'과 '궁통보감(窮通寶鑑)'이라는 이름으로 간행되었다. 현재는 궁통보감이란 이름으로 통용된다. 강호 술사들의 다양한 임상 경험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이론서보다 비법서에 가깝다. 현재 다수 현장 술사들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이론상의 특징은 갑·을·병·정 같은 10개의 천간(天干)마다 자·축·인·묘로 시작되는 12개의 지지(地支)를 만날 때 어떤 글자가 함께 있어야 좋은지를 밝혀 놓았다는 점이다. 사주에서 오행(五行)은 목·화·토·금·수인데 목은 봄, 화는 여름, 금은 가을, 수는 겨울이고 토는 계절과 계절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중계 기능을 맡는다. 사주에 사계절이 골고루 들어 있으면 한난조습의 기후 배합이 조화로울 것이므로 해당 명주의 삶도 행복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재호
이재호 (사주공학연구소장)

자신이 태어난 날의 천간을 '일간(日干)'이라 하는데 핵심은 어느 계절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각 일간이 필요로 하는 글자는 전혀 달라진다. 큰 줄기는 더운 계절에 태어났다면 대체로 시원함을, 습한 기운이 많다면 건조함을 통해 균형점을 찾는 방식이다. 만일 필요로 하는 글자가 재물을 뜻하는 '재성(財星)'인데 마침 사주팔자에 들어 있다면 일단 부(富)와 인연이 많음을 암시한다. 물론 쉬운 이해를 위해 도식적으로 설명한 것이므로 이렇게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다. 보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요소는 이것 말고도 수십 가지에 이를 수 있다. 필요한 글자가 들어있다 해도 이론상의 다양한 시각과 근거에 의해 평가는 천차만별이 된다. 술사의 학문적 배경이나 계파에 따라 필요한 글자에 대한 적정성은 물론 길흉에 대한 해석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사주해석에는 주관적 영역이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명리학을 길흉적 관점으로 자꾸 접근하면 종국에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누구나 갖고 싶은 행복은 사주가 아니라 자기 마음이 결정함이 명리공부로 얻은 결론이다.

<사주공학연구소장>

☞이재호는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래에셋증권 상무, 숙명여대 멘토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주공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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