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5心 쟁탈 매몰된 대구시장선거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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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4 20:00  |  수정 2022-04-28 14:40

 

[이재윤 칼럼] 5心 쟁탈 매몰된 대구시장선거

불편한 단정(斷定)이지만, 대구시장선거는 6월 1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결정되는 4월 23일 사실상 끝난다. 꼭 일주일 남았다. 아쉽다. 대구 정치 지형의 현주소다. 경북도지사 선거는 이미 게임 오버(Game over)!

 


이철우 경북도지사에 대한 도민의 만족감은 꽤 높은 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말한다. 국민의힘 공천에 단수 신청해 확정됐으니 그의 재선 도전의 길은 탄탄대로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조차 전무한 상태다. 역사상 광역단체장 첫 무투표 당선의 기록이 나올까에 더 관심이 쏠린다. 대구시장 선거는 오리무중이다. 김재원-윤영하-홍준표 3파전에 전국적 이목이 쏠린다.


대구시장 선거의 특징은 '보수화 경쟁'이다. 보수·진보가 총집결해 싸운 대선의 여파일까. 지방선거가 끝나면 보수 텃밭 대구는 더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반색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긍정적이지 않다. 미래 지향적이지도 않다. 상식적 시민과 전문가들이 줄곧 주창해온 '대구의 다양성' '컬러풀 대구' '열린 도시'와는 다른 역주행이다. 누구를 탓하고 나무라겠나. TK는 호남과 함께 늘 진영 대결의 피해자였다. 분할 통치(分割 統治 divide and rule)의 수혜자 자리는 매번 양 지역의 기득권층이 차지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대구는 이성적 판단과 감정적 선택이 불일치 하는 혼돈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3대 도시'에서 '3류 도시'로 전락 중인 대구. 대구의 과제는 무엇인가. 사람은 떠나고 각종 지표는 추락한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대구의 핵심 어젠더는 하나로 축약된다. '경제를 살릴 변화'다. 경제를 살릴 식견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 도시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체인지 대구로 파워풀 대구를'(홍준표) 만들 것인가, '기업이 몰려드는 자유로운 경제 도시'(김재원)를 지향할 것인가. '역동적 글로벌 도시'(정상환), '더 큰 대구'(김재원)는 이견 없는 대구의 지향점이지만 '다시 보수의 중심'(유영하)이란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한강 이남 제일의 경제도시'(김형기)로 가기 위해서는 '대구 리디자인'(홍준표)과 '새시대 새인물'(이진숙)은 필수 요소다. 그 과정에 '신천을 파리 센강처럼'(정상환) '낙동금호밸리'(김형기), '최초의 영어 공용어 교육도시(이진숙)' '일자리 1만 명 규모 항모기업 유치'(김재원)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는 흥미로운 전략이다.


이런 화려한 구호들이 '아무 말 잔치' 같은 공허한 느낌을 주는 까닭은 뭘까. 정책을 농축한 '슬로건' 경쟁이어야 할 선거가 엉뚱하게 '5심(心)' 쟁탈전에 몰입 중이다. 선거판을 휘젓는 박심(朴心) 윤심(尹心) 권심(權心) 당심(黨心) 민심(民心). '박근혜(박심) 쟁탈전'은 역사의 퇴보다. 전직 대통령의 정치 메시지도 부적절하다.(김태흠 국민의힘 의원) 갈등의 싸움터 선거판에 그를 끌어들이는 것은 그를 위한 일도 아니다. '뜬구름 잡기' 같은 게 또 있다. 서로 '내가 바로 윤(윤석열)심 후보'라고 우긴다. 이 황당한 경쟁에 후보들이 목맨다. 이게 판세를 움직이니 어떡하겠나. 경선의 결정적 변수 '당심'과 연동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홍준표는 '당심 트라우마'가 있고, 김재원에겐 그 당심이 최후 승부처다. 윤심의 '오더 정치'는 대구뿐 아니라 유승민이 도전한 경기도에서도 논란거리다. 3선 도전을 갑자기 포기한 권영진 시장의 지지(권심)와 그의 사람·조직을 선점하려는 싸움도 드세다. 권 시장 측근들의 전화통이 불났다는 소문은 그래서 나왔다. 그토록 비난하던 권영진과의 인연을 애써 찾고 그의 시책을 계승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생경한 풍경이다. 며칠 전 TK를 방문한 윤 당선인이 "권 시장, 백수 됐다"는 이철우 도지사의 우스갯말에 대구의 권 시장을 경주 숙소로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격려했다니 그는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존자' 대열의 일원이며 '미완(未完)의 대기(大器)'다. 가당찮은 건 '민심' 조작 시비다. 후보 인지도와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가 컷오프의 주요한 잣대가 되니 이런 일이 생긴다. '듣보잡' 여론조사 기관의 의뭉스런 조사 결과들이 횡행한다. '여론은 굉장히 안 좋은 데 여론조사 결과는 좋은' 이상 현상이다. 5심(心)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자체 발광력(發光力)이 약하다는 증거다.


상식과 미래지향적 언어가 사라지고, '깐부' '조작' 'O심 팔이' '빅딜' '와병설' 'TK목장의 침입자' '안락한 노후처 대구' '두더지' '날파리'같은 퇴행적 언어가 난무하는 대구시장 선거에 유감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구의 무기력과 나태가 더 유감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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