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전문기자의 푸드 블로그] 젓갈 장인 김명수·김헌목 父子…동해안 '멸치젓갈' 반세기 가업…아버지와 아들이 지킨 경상도 젓갈 자존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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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2   |  발행일 2022-04-22 제35면   |  수정 2022-04-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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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해양수산명인은 모두 10명, 경북도 수산 명인은 단 한 명. 반세기 가업을 잇고 있는 김명수(84)·김헌목(49) 부자이다. 2020년 해양수산 신지식인 대상을 수상했고 최근 '젓갈 명인'에 선정된다. 김경영-김종호-김명수-김헌목으로 이어지는 이들 젓갈 명가는 한때 한국 멸치젓갈의 본산격인 감포읍 전촌리에서 경상도 젓갈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사진=김명수 젓갈 제공〉

한국 젓갈 문화는 서·남·동해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서해안부터 전남 여수까지는 '젓갈권', 동남해안은 '식혜권'이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서해안의 '새우젓', 서·남해안의 '밤젓(전어 내장 젓갈)과 토하(민물새우)젓', 그리고 동해안 감포를 축으로 한 '멸치젓갈'로 갈라진다. 서해안 젓갈은 반찬용, 동해안 멸치젓갈은 김장용과 액젓으로 나눠진다. 액젓의 경우 백령도 까나리액젓이 명 성을 갖고 있는데 이에 필적할 수 있는 동해안 액젓이 바로 경주시 감포읍에 있는 김명수 젓갈이다.

지난 20년간 해양수산명인은 모두 10명, 경북도 수산 명인은 단 한 명. 반세기 가업을 잇고 있는 김명수(84)·김헌목(49) 부자이다. 2020년 해양수산 신지식인 대상을 수상했고 최근 '젓갈 명인'에 선정된다. 김경용-김종호-김명수-김헌목으로 이어지는 이들 젓갈 명가는 한때 한국 멸치젓갈의 본산격인 감포읍 전촌리에서 경상도 젓갈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22세때 부친에 제조 기술 이어 받아
父는 경주 감포 본점, 子는 천북공장

국산 정제염 사용 600여t 액젓 담가
염도 측량 정확지 않으면 쉽게 부패
경상도서 선호 저염도식 꼬리한 액젓
멸치 잡는 겨울에 제조, 3년이상 숙성
'K피시 소스 감포앤초비' 세계화 시동

◆감포의 젓갈 명인

아버지는 감포읍 본점, 아들 헌목씨는 17년 전에 증설된 천북 공장을 지키고 있다. 그는 96년 22세의 나이에 부친으로부터 멸치액젓 제조 기술을 전수해 왔다. 천북 공장은 '와이너리' 같다. 50t 숙성조 20여 개가 땅속에 묻혀 있다. 3~10년 묵힌 액젓을 보니 붉고 투명하다. 와인 빛깔이다.

취급하는 어종은 멸치·꽁치·정어리·고등어. 멸치는 매년 12월 초부터 2월 말에 매입하고 나머지는 5월에 모아들인다. 예전에는 천일염을 사용했는데 35년 전부터는 국내산 정제염을 사용한다. 지난해 600여t의 액젓을 만들었다. 정제염 4천 포가 사용됐다.

사용하는 멸치는 대멸이다. 일제강점기 감포 앞바다에서 잡힌 대멸을 일본 어부들은 '와다리'라고 했다. 이때 '감포멸치'는 프리미엄 급이었다.

헌목씨의 증조부(김경용)는 일본인으로부터 '후리'라는 멸치 어획법을 배운다. 광복을 맞아 일본인 젓갈 공장을 인수하면서 가업이 시작된다. 증조부가 돌아가시고 대고모의 부탁에 못 이겨 1961년 부친(김명수)이 제2의 젓갈인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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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목씨가 천북공장 젓갈 숙성조에 담긴 액젓을 떠 보이고 있다.

◆염도 인문학

젓갈은 '염도예술'의 산물이다. 특유의 꼬리한 맛이 나도록 젓갈을 만들려면 염도를 정확하게 측량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부패해 버리기 때문에 염도의 정확한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김명수젓갈에서는 염도 10과 염도 14, 이 두 가지 염도의 멸치액젓을 생산하고 있다.

염도 10, 저염도 젓갈은 어떤 배경을 안고 태어났는가? 6·25전쟁 무렵 일부 가정에서 담그는 멸치젓갈만 저염도였다. 공장표 멸치젓갈의 염도는 대부분 염도 14를 훨씬 웃돌았다. 10도 염도의 꼬리한 저염도 멸치액젓은 특히 경상도 사람들이 좋아한다. 염도 14.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멸치액젓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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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젓용 대멸

김명수젓갈은 브랜드 파워를 가지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명칭이 바로 '감포앤초비'. 세계적인 멸치가공식품 중에 이탈리아, 노르웨이의 앤초비와 태국의 피시소스가 있다. 태국의 피시소스는 아미노산질소 2 이상이 되면 최고의 품질로 인정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이 넘으면 멸치액젓으로는 합격을 받을 수 있는데 김명수의 멸치액젓은 2.2~2.3. 특히 뻑뻑이액젓은 2.4가 나오는데 국내 최고의 수치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치열하게 염도 관리를 하는 이유는 뭘까? 사건이 있었다. 어느 해 문제가 생겨 5t이나 되는 멸치젓갈을 다 버렸다. 염도 측정 시스템이 탄생한 계기가 된다.

감이 없으면 멸치 장사를 못 한다. 그래서 부친 성격은 유달리 까탈스럽고 치밀하다. 탱크에 젓갈과 소금을 넣는 일을 손수 감내한다. 로스터가 매일 로스팅 포인트를 체크 하는 것과 같다.

젓갈 농사는 가장 맛있는 멸치가 잡히는 겨울철에 이뤄진다. 3년 이상 숙성이 원칙이다. 숙성과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레 멸치에서 액이 나오는데, 살과 뼈를 분리해서 액젓을 생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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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젓 국제화를 향해

제품을 다양화했다. 분말젓갈, 다시마어간장, 미역어간장, 뻑뻑이액젓, 고등어액적, 갈치뻑뻑이액젓….

히트작은 '뻑뻑이액젓'. 멸치 40 꽁치 20 소금 20의 황금비율. 생선의 머리부터 뼈까지 통째로 갈아 만들었다.

이젠 액젓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 그들이 그려낸 브랜드는 'K-피시소스 감포앤초비'.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을 여행하면서 올리브오일에 절인 서양식 멸치젓갈인 앤초비를 빵에 올려 먹거나 샐러드와 함께 먹는 것을 보는 순간, 유레카, 바로 이거라면서 탄성을 질렀어요."

빵에 올려 먹거나, 스테이크와 함께 먹어도 맛있는 앤초비, 올리브 절임을 다진 올리브빠데 등 글로벌 테이블에 어울리는 근사한 멸치젓갈을 활용한 상품을 곧 출시할 모양이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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