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국정비전과 대통령 퇴임식

  • 이재윤
  • |
  • 입력 2022-04-28 20:00  |  수정 2022-04-28 14:39

 

[이재윤 칼럼] 국정비전과 대통령 퇴임식
이재윤 논설실장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는 그저께 모습을 드러낸 새 정부 '국정비전'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전 대통령의 퇴임 의식(儀式)과 관련한 조심스러운 제언이다. 


국정운영은 '국정비전-국정목표-대국민 약속-국정과제'라는 4단 구조로 짜인다. 국정과제 전체를 아우를 최상위 가치 즉 '국정비전'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뭘 하려는지 쉽게 이해하고 국민이 믿고 따른다. 문민정부→국민의정부→참여정부→국민성공시대→국민행복시대→국민주권시대→? 정부의 성격은 '시대 정신'이 무엇이냐는 규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시대 규정'이 바로 '국정비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이 시대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한때 여기저기서 '국민통합'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통합'은 과거 지향적이고 현재의 솔루션이다. '미래 가치'에 대한 메시지가 부족하다. 더 현실적 이유가 있다. 지극히 선언적일 뿐 실현 가능한 어젠더로서의 명(命)을 다했다는 점이다. '검수완박 대치'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 내정' '국민의힘, 문 정부 인사 10명 고발'…. 너무 어긋나버렸다. 아쉽지만, 지금 '통합'은 한바탕 봄꿈이다. 어차피 안 될 거면 신줏단지 모시듯 할 필요 없다. 문재인정부의 처음과 끝이 윤석열정부에 오버랩된다. 여러모로 비슷해서 불안한 시작이다.


6개의 국정 목표와 20개의 국민께 드리는 약속, 110개의 국정과제, 520개 실천과제의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국정 4원칙과 함께 '목표-약속-과제'에 담긴 핵심어는 뭔가. '국익' '공정' '상식' '실용' '민간' '동행' '행복' '자율' '창의' '담대한 미래' '글로벌 중추국가' '균형발전' 등이다. 새 정부의 지향점을 헤아릴 단서다. 수많은 조각을 모아 놓은 화려한 모자이크화를 닮았다. 숨은 조각 하나하나의 가치를 뜯어보는 난해한 작업을 일반 국민에게 떠넘겨선 곤란하다. 'Simple is best'.(스티브 잡스) 비전은 단순할수록 좋다. 단순함에 마법이 숨겨져 있다. 대중은 쉽게 인지하는 언어에 반응한다. 복잡다기한 핵심어 조각을 신박한 하나의 언어로 아우르는 최상위 가치, 그게 '국정비전'이다. 이틀 전 확정된 국정비전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이다. '도약'과 '함께'에 시선이 꽂힌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은 '경제'에 초점 맞춘 시대적 소명을,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는 '따뜻한 보수'라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했음 직하다.


대한민국은 모든 영역에서 세계 톱10에 등극했다. 단군 이래 처음이자 최강의 나라를 구현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지속해 지난해 7월 유엔이 인정한 선진국이 됐다. 우리 역사는 총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자부심을 품어야 한다. 이제 어떻게 국정비전이 천명한 '다시 도약'을 할까. 도약력(跳躍力)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난 성과를 디딤돌 삼아 힘찬 런 업(run up·도움닫기)으로 가능한 일이다. 현재에 발을 디디지 않은 미래는 없다. 더 나은 미래는 현재에 대한 냉철하고 합리적 진단에서 설계된다. 성취를 스스로 폄훼하는 것은 자해적 일탈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의식'을 윤석열 당선인에게 정중히 권한다. '함께'의 함의를 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구동성으로 말했지만 다소 어긋나버린 '국민통합'의 길도 달라질 것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퇴임 세러머니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전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는 다음 정부의 성공적인 출범으로 이어진다.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의 기회도 더 넓게 열린다. 대한민국에 또 한 번 중요한 승리를 안겨다 주는 선택, 우리 국민과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논설실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