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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음식점의 메뉴판에 가격을 고친 흔적이 남아있다. 최근 각종 물가 상승으로 인해 먹거리 가격도 인상되면서 손님과 업주 모두 한숨을 쉬고 있다. 손정섭 수습기자 |
물가 급등에 따라 외식 물가도 연일 오르면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라는 어려운 시국을 보내고 있는 식당 업주나 손님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3일 점심시간,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 도심 식당가를 둘러봤다. 분식집, 중국집, 백반집 등 서민들이 자주 찾는 식당 메뉴판에는 최근 가격 인상을 한 듯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중국음식점은 매직펜으로 메뉴당 각각 1천원씩 오른 가격을 표기해 놓은 자국이 그대로 보였다.
특히 주부들이 자주 간다는 중구 반월당의 한 음식점 앞에는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음식)가격을 올립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대구시청 인근의 한 음식점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값 때문에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최근 '최저 임금인상, 원재료비 인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일부 메뉴의 가격이 인상됐다'라는 안내문이 입구에 붙어 있었다.
이날 취재진이 찾아간 대구의 유명 갈비살 전문 식당 역시 올해 고기 가격을 일부 인상했다고 했다.
여기저기 물가가 안 오른 곳이 없는데, 음식 가격까지 오르자 직장인을 비롯한 시민들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시민 이모(61·대구 북구)씨는 "요즘 식당에 가 보면 안 오른 곳이 없다. 국밥이나 백반 같은 서민 음식들도 7천 원에서 많으면 8~9천 원까지 하더라. 심지어 김치찌개가 1만원 하는 곳도 봤다"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오래갈 지 걱정"이라고 했다.
박모(29)씨는 "예전에는 2명이 2~3만 원이면 그럴듯하게 한끼 식사를 해결했는데, 요즘은 4만 원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구모(33·대구 중구)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물가가 너무 올라 힘들다"며 "특히 매일 먹는 음식가격이 오르니까, 체감 정도가 더 큰 것 같다. 평범한 백반 한 끼가 1만 원에 육박하는데 뭘 먹고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음식 가격 인상은 손님뿐 아니라 식당 업주에게도 큰 부담이다.
갈비살 전문 식당 관계자는 "들어오는 고기 가격은 올 들어서만 벌서 4차례나 올랐는데, 그때마다 매번 가격을 올릴 수 없어서 올해는 딱 1천 원씩만 인상했는데도, 손님들은 또 올랐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고 전했다.
동성로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업주는 "최근에 음식 가격을 메뉴 당 일괄적으로 500원~1천 원 정도 올렸다"며 "인건비도 올랐지만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식용유, 밀가루, 돼지고기 가격이 몇 차례나 올랐다. 뉴스에는 안 나왔지만 최근에도 식용유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러니 음식값을 안 올릴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동성로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분식은 저렴해야 되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장사를 접고 싶다. 심지어 비닐봉투 가격까지 올랐다. 과거에는 어쩌다 한 번만 물가가 오르고 말았는데, 지금은 한번 오르고 멈추는 게 아니라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음식점 운영 15년 차인 한 40대 사장은 "물가가 많이 올라 음식값을 안 올릴 수가 없는데, 물가가 인상한 만큼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지금 우리 식당 점심 한 끼 가격이 9천500원인데, 더 올려서 1만원대로 진입하면 손님들이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돌릴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손정섭·이동현 수습 기자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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