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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이곡공원로에 위치한 월요시장 골목길에서 성지모 회원들이 주민들에게 8가지 정책의제 설명과 함께 스티커를 붙이게 해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성서마을넷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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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000은 구청장 후보에게 000을 제안합니다'라고 인쇄된 용지에 지역민들이 평소에 생각한 정책을 글로 옮기고 있다. <성서마을넷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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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꿈터공터에서 '할말이슈(Issue)우리동네를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행사가 열리고 있다. |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13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됐다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해서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단체가 있다. 바로 '성서마을넷 지방선거 정책제안 모임(이하 성지모)'이라는 단체다.
이들이 후보자 등록일을 기다린 것은 등록된 기초자치단체장과 시·구의원 후보자들에게 주민들이 직접 만든 8가지 정책의제에 대한 질의서를 전달하고 후보자와 주민들이 함께하는 간담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성지모는 와룡산 자락에서 활동하고 있는 9개의 마을공동체 대표들로 이루어진 성서마을넷 회원들과 동네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올 1월부터 지난주까지 10여 차례 모임을 가졌고 성서지역에 꼭 필요한 정책 8가지를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작년 하반기에 주민자치와 관련된 교육을 수강한 바 있다. 수업 내용 중에는 주민참여 예산제, 주민자치회, 지역 의제 발굴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전국의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이들은 수강이 끝난 뒤에도 흩어지지 않고 후속모임을 이어왔다. 그 이유는 마침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니 그동안 학습해온 것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겼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성서에서 살아온 이들이 마을에 필요한 정책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 후보자들에게 제안해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예를 들면 성서 아파트 유휴공간을 활용한 마을 학습당을 조성하자는 의제, 작은 책방을 살리기 위해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구매할 때는 동네책방을 이용하자는 의제, 성서산업단지 폐산업 시설에 주민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자는 제안,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센터를 만들어 마을에서 주민들과 발달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자는 제안 등이다.
이들의 회의 진행과정과 8가지로 압축된 의제는 지난달 13일 KBS 1라디오 '생생매거진 오늘'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들은 정책 의제를 만드는 데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8가지 의제를 성서 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홍보 전략도 세웠다.
제일 먼저 8개의 의제가 쓰여 있는 판넬을 제작해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월요시장 골목과 마트 근처에 세워두고, 의제 설명과 함께 각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에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등 주민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홍보시작 1주일이 지난 지난주까지 수백명이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또한 성서마을넷 주최로 꿈터공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한마당 축제에서는 '주민마이크 할말이슈(Issue) 우리동네를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라는 부스를 따로 마련해 8가지 정책에 관한 홍보와 함께 남녀노소가 다함께 마을에 필요한 정책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한편 일일이 주민들을 만나 '나 000은 구청장 후보자에게 000을 제안합니다'라고 인쇄된 용지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평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정책을 한 줄로 적어 인증샷을 남기고 SNS에 업로드 하는 캠페인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번 성지모 모임에 참여한 한 회원은 "후보자가 배포한 선거공보물만 보고 우리 지역에 이런저런 정책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던 수동적인 선거 참여방식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보는 과정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은 "혼자라면 시도하지 못할 일이지만 다함께 하니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협 와룡 홍성조 이사는 "우리의 의제가 이번에 관철되지 않더라도 이런 문화가 계속 확산되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서마을넷은 성서지역내 9개 단체의 네트워크로 2016년 결성됐다. 성서 지역내 주민 통합을 도모하고 지역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주민들이 만들고 주민들이 키워가는 마을 공동체로, 각 단체별 조합원 및 커뮤니티 회원수는 총 8천400여명에 이른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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