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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논설위원 |
6·1지방선거의 사전투표가 끝나고 이틀 뒤이면 본투표이다.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며 4년을 기다려왔지만 이번 지방선거도 대구·경북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뻔한 선거'로 끝날 공산이 크다. 특히 4년 전 선거에서만 해도 드문드문 보이던 야권인 민주당 후보의 선전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를 이뤄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치르는 첫 선거인만큼 보수 텃밭 TK 유권자들이 정권 안정을 위해 힘을 몰아주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대구·경북 전체 선거구 중에서 기초단체장 3명·광역의원 37명·기초의원 11명·기초 비례 24명 등 무투표 당선자(총 75명)가 무더기로 나온 것이 그 방증이다.
독주하는 여당을 견제할 만한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없으니 선거 열기는 식고, 투표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 무용론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 많이 거론된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꼭 필요한 풀뿌리 민주주의 핵심 중의 하나이다. 과거 중앙정부에서 내리꽂던 임명제 단체장 시절과는 다르게 지역 밀착형 행정,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살림에 대한 고민은 아무래도 지역민의 표를 받아야 하는 리더가 더 많이 하지 않을까. 이미 뿌리내린 민주 시스템을 더 잘 가꾸어 가는 것은 우리 유권자와 출마자 모두의 몫이다. 선거판을 바꿀 큰 파도는 아니지만 '조용한 선거'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변화의 조짐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선거에서 1020세대 청년의 도전이 크게 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대구 기초의회 예비 후보 195명 가운데 40세 미만 청년은 25명(12.82%)이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처음으로 10대 후보(1명)가 탄생했고, 20대 후보가 4명이나 포진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대구 기초의원 후보자 가운데 40세 미만 청년은 모두 18명으로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20대 후보는 단 1명이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선 40세 미만 13명(6.31%)이 후보로 나섰다. 당시에는 20대가 1명도 없었다. 이들의 도전은 어떻게 될는지.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더 많은 신인이 발굴돼 대구·경북의 정치가 젊어지고 혁신되길 바란다.
뻔한 TK선거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보수정당(국민의힘)의 공천=당선'으로 여겨지는 TK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의 5선 도전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이다. 영주시장 선거가 그것이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박남서 후보와 경북도의회 문화관광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황병직 후보가 1대 1로 맞붙은 이곳에서 주목되는 것이 황 후보의 정치이력이다. 황병직 후보는 정치입문 처음부터 정당을 노크하지 않았다. 기초(영주시의원 2선), 광역(영주지역구 경북도의원 2선)을 모두 무소속으로 도전해 당선됐고, 이번에 다시 무소속으로 시장직을 노크했다. 지방자치제도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국민의힘 텃밭에서 무소속 도전의 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이다. 영주 유권자들의 최종 판단이 어디로 흐를지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진다.
이영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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