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선거" 투표 무관심 넘어 포기하는 유권자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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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9   |  발행일 2022-05-30 제4면   |  수정 2022-05-29 17:03
공보물 그냥 버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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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용산구의회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투표함에 봉인지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가 뻔한데 뭣하러 투표해요?"

이번 지방선거도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구는 28일 끝난 사전투표에서 투표율 '전국 꼴찌'를 기록한 데 이어 본 투표도 극히 낮은 투표율이 예상된다. 대구 경북(TK)은 이번 지방 선거에서 최대 이벤트라 할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마저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TK 기초단체 3곳(대구 중구, 달서, 경북 예천)을 비롯해 광역의원도 37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면서 '뻔한 결과'에 흥미를 잃은 유권자들이 투표 포기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각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을 뜯어 보지도 않는 유권자들도 많다. 대구 중구 제 1선거구에 거주하는 김 모씨(51)는 "시장 선거는 뻔하고, 중구청장과 대구시의원은 모두 무투표 당선됐다. 투표할 이유를 못 느낀다"며 "선거 공보물을 보지 않고 그냥 버렸다. 당연히 투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6·1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뻔한 선거'다. 지난 제 7회 지방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여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대구 경북에서 선전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의 광역·기초의원들이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광역단체장은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 강세가 점쳐지면서 TK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냈다. 이를 반영하듯 당시 대구시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후보(39.75%)와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53.73%)가 10% 초반의 차이를 보이며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4·5대 지방선거에서 40~50% 대 격차를 기록했다.

당시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55.95%)와 대구를 대표하는 진보진영 정치인인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40.33%)가 맞붙었던 6대 대구시장 선거는 더 큰 관심을 모았다. 대구시장 선거에 진보진영 거물 정치인이 나섰다는 점 만으로도 당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고, 지역에서도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김부겸 후보는 특히 진보진영 최초로 대구시장선거에서 마의 40%대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공천=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하면서 대구 경북은 정치적 퇴행이 더 욱 가속화 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중앙정치권에 목을 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은 대구 경북에서 보수와 진보 등 다양한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한다면 중앙정치 예속화는 물론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도 가속화되는 악순환 고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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