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민주당에 없는 것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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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2   |  발행일 2022-06-02 제22면   |  수정 2022-06-02 06:45
반성·실력 실종…정책 엇박자

구각 깰 혁신·동력 기대 난망

지선 후 원심력 가속화될 것

팬덤 呪文 갇히면 외연 한계

更張으로 민생·실용정당 돼야

[박규완 칼럼] 민주당에 없는 것들
박규완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40.4%-자유한국당 지지율 27.9%'. 2019년 7월8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다. 황교안 대표체제 한국당의 '도로친박당'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었다. 당시 황 대표가 '친박'의 옹립으로 영수(領袖) 자리를 꿰찬 데 이어 박맹우 사무총장을 비롯해 이헌승 대표비서실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민경욱 대변인 등 친박계가 주요 당직에 포진해있었다. 중도 복원을 통한 외연 확장은 언감생심. 당내 여성행사에선 엉덩이 춤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어설픈 노이즈 마케팅에 정책 대안정당 이미지는 더 멀어졌다. 집권당인 민주당에선 "우리가 야당복은 있다"며 조소했다.

그런데 웬걸. 3년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그때의 여당-야당과 지금의 여당-야당 정당 지지율이 판박이다. 비대위 내홍은 민주당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따지고 보니 민주당엔 없는 것들이 꽤 많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명색이 비대위인데 '비상'도 없었고 '대책'도 없었다. 밍밍한 비대위에서 비상시국을 돌파할 동력이나 구각을 깨뜨릴 혁신이 나올 리 없다.

'개혁' 상징성은 비대위원장의 아이콘이다. 한데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 쇄신을 하지 않겠다는 오기로 읽히기 십상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혁신의 징표인 양 26세 박지현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얼렁뚱땅 내세웠지만 구색 맞추기 포장술로 비친다.

민주당엔 반성이 없다.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주고도 "졌잘싸"? 환장할 노릇이다. 처절한 반성이 없으니 개혁의 씨가 뿌려질 까닭이 없다. 민주당에선 인적 쇄신이나 정책혁신이 침잠한 지 오래다. 박지현의 일리 있는 '586 용퇴론'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0.73%포인트 차 박빙 패배가 오히려 독이 된 형국이다.

그리고 실력이 없다. 임대차 3법 같은 실없는 짓거리에 에너지를 낭비한 것도 무능의 소산이다. 뻘짓을 할 거면 차라리 무위(無爲)가 낫다. 혜안과 분석력도 없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의 패인을 정확히 짚지 못한다. 서울·부산시장 보선 참패 후엔 부동산 보유세 인하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전형적인 엇박자 정책이다. 외려 부동산가격 안정화 조치가 다수의 민심에 부합한다. 무능한 공수처 탄생의 주역도 민주당 아닌가. '검수완박'법에 대한 무리한 드라이브를 이해할 국민은 얼마나 될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국면에서 추경 증액을 고집한 저의는 뭔가.

민주당엔 신뢰가 없다. 서울·부산시장 보선의 원인을 제공하고도 굳이 당헌당규를 고쳐가면서까지 후보를 냈어야 했나.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약속도 목하 뭉개는 중이다. 이러고서도 공당이라 할 수 있나.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건 경장(更張)이다. 글자 그대로 '고쳐서 확장한다'는 의미의 경장은 '묵은 제도를 개혁하여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거문고의 줄을 팽팽하게 조현하는 것도 경장이라 한다. 인적 쇄신과 정체성 혁신을 통해 민생정당, 실용정당,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당연히 싱크탱크 기능은 강화돼야 한다.

팬덤정치의 유혹도 떨쳐내야 한다. 팬덤의 주문(呪文)에 갇히면 대중정당의 길은 요원해진다. 외연 확장은 '선거 필승' 공식이다. 협량정당으론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없다. 6·1 지방선거 후 민주당의 원심력(遠心力)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어쩌면 이제 국민의힘에서 "우리가 야당복은 있다"며 표정관리 할지 모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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