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부산이 부러운 이유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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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6   |  발행일 2022-06-06 제26면   |  수정 2022-06-06 07:57

[하프타임] 부산이 부러운 이유
박주희 문화부기자

문화부 미술 담당으로 인사 이동이 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정신없이 적응하고 있는 동안 지역 미술 및 문화계 인사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부산과 백범 김구 선생이다.

국내에서 미술적 안목이 가장 높은 도시가 대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구 미술시장은 작가군이 우수하고, 경쟁력 있는 갤러리와 식견 높은 컬렉터를 비롯한 미술 애호가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구 미술시장이 규모·기획 등의 면에서 부산에 더 밀려 격차가 심해지는 것 같다는 것이 다수의 대구 미술계 관계자들의 토로였다. 그들의 말 속에는 "부산은 대구보다 인구가 많은 데다 바다를 끼고 있고 고급 호텔 등의 인프라도 풍부해 문화 행사를 치르기에 시너지가 큰 도시"라는 부러움이 담겨 있었고, "대구는 그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라는 아쉬움이 뒤따랐다. 아울러 바다 등의 핵심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대구는 미술·문학·음악 등과 같은 풍성한 문화적 토양을 십분 활용해 문화 콘텐츠 개발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도시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백범 김구 선생은 이전보다 위상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지역 문화계가 정치·경제 등에 비해 '찬밥' 취급받는 현실을 한탄하며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백범은 1947년 출간된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들은 무려 70여 년 전에 이미 백범은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기를 바랐다며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응집,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며칠 전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반드시 '건강한 문화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그 도시가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백범 선생의 말씀처럼 문화의 힘은 행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의 선택을 받은 마당이라, 지역의 차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입지만이 아니라 지역민의 유익하고 풍성한 삶에 대한 행정 의지가 있다면 부디 문화 융성에 대한 건전한 관심과 행동력을 키우기를 소원한다. 그래서 타 도시와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대구라는 도시에 대한 오롯한 문화적 자부심과 행복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그나마 대구에 희망이 있다.
박주희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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