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스텐 숟가락'

  • 장용택
  • |
  • 입력 2022-06-07   |  발행일 2022-06-07 제23면   |  수정 2022-06-07 06:56

지난 2월24일 새벽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00일을 넘겼다. 일주일이면 끝나리라고 예상했다. 핵무기 보유국 러시아의 고전은 의외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의 전동 바이크가 전장에서 활약을 거듭하고 있다. 가솔린 오토바이에 비해 소리가 나지 않는 데다 드론에 들킬 염려도 없다. 한번 충전하면 100㎞ 이상 달린다. 대전차 미사일을 휴대한 채 은밀히 다가가 러시아의 전차·장갑차·다연장포대를 부수고 있다. 게임체인저는 아니더라도 러시아군에겐 공포스러운 존재다.

재블린을 포함한 휴대용 대전차 무기에 피격당한 러시아 전차 포탑이 게의 등딱지마냥 맥없이 떨어져 나간다. 당초 잘못된 설계 탓이다. 우리도 전차·장갑차·자주포로 무장한 아시아 최강의 기계화사단을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전술과 교리개발이 있어야 한다. 전동 바이크와 드론, 대전차 미사일의 활약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최근 합참의장을 비롯한 각 군 수뇌부가 전원 교체됐다. 대통령집무실이 국방부에 들어섰다. 군 장성들이 출세를 위해 대통령실만 바라볼까 우려스럽다. 본연의 임무인 강군육성에 매달려야 한다. 호국보훈의 달이다. 최근 백마고지에서 6·25전쟁 당시 숨진 장병의 유해가 발굴됐다. 스테인리스 숟가락은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가슴이 찡하다. 전쟁의 승패는 무기의 성능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장병의 사기, 국민의 안보의식이 좌우한다. 한미연합훈련 직후인 5일 북한이 미사일 8발을 쐈다. 우리도 현충일인 어제 새벽 지대지 미사일 8발로 대응했다. 코미디언 출신이라고 비웃었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이 새삼 돋보인다. 장용택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