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주 공무원은 시민을 두려워하는가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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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3  |  수정 2022-06-13 06:57  |  발행일 2022-06-13 제26면

[취재수첩] 경주 공무원은 시민을 두려워하는가

영남일보 기자들에겐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업무방침이 있다. 기자들은 이 방침에 따라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편집한다. △인류평화와 번영을 위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영남일보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 방침은 언론의 가치를 실현하는 올바른 기준이자 참언론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3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 방침은 자연스럽게 내 가치관이 됐다. 기자 생활을 오래할수록 가치관은 더 또렷해진다. 취재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다시 한번 꺼내 보는 깨우침도 됐다. 간혹 인터뷰하면서 회사를 소개할 때 먼저 이런 기자의 소신을 이야기하면 비웃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세상이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세상이 급변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오랫동안 이어져 온 보수와 진보의 날이 선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돼 사회 전체가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사회의 다양성은 분명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아시타비(我是他非)' 현상이 만연해 문제다. 이 혼란을 틈타 일부 지방공무원이 복지부동(伏地不動)한 행태를 보이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이 뒤집어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무사안일한 행정공무원으로 인해 시민이 피해를 보았는데도 이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경찰공무원까지 있으니 시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경주에서 일어난 국가철도공단의 토사 불법매립 관련 사건만 봐도 공무원 조직의 무사안일함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국가철도공단이 KTX 노선 터널 공사를 하면서 터널에서 나온 철분이 섞인 토사 780t을 도로에 불법으로 메워 매립장을 조성해도 관할 관청인 경주시는 파악도 하지 않고 있다.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만 울화통이 터져 가슴을 치고 있다.

이만이 아니다. 경주지역 불법 펜션 등 불법 건축 허가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경찰은 3개월 남짓 수사를 미루다가 최근 서울의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경찰청에 고발하자 겨우 수사에 들어갔다.

일부 공무원의 공정과 상식 없는 행동에 시민의 불만은 점점 쌓여간다. 공무원은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인 공복(公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고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게 공무원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은 진정 시민의 행복을 위해 책임 행정을 펼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송종욱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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