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김건희 여사의 '선한 영향력'

  • 장용택
  • |
  • 입력 2022-06-13   |  발행일 2022-06-13 제27면   |  수정 2022-06-13 06:55

[월요칼럼] 김건희 여사의 선한 영향력
장용택 논설위원

가정해체로 자식을 노부모에게 맡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조손(祖孫)가정이라고 한다. 노인 세대 대부분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다. 저마다 노인성 질환을 달고 산다. 어쩌겠는가. 손주가 무슨 죈가. 저희 좋아 낳은 뒤 방치한 부모 잘못 만난 탓이지. 제 살길 찾아 자식 버리고 떠난 며느리가 밉다. 가끔 욕이라도 하면 손주들은 그래도 제 어미 욕이라고 싫어한다. 밤이 되면 칭얼거리는 손주 등을 토닥여서 재운다. 어린 손주들은 잠결에 제 어미 젖가슴을 찾는다. 조모는 기꺼이 가슴을 내준다. 조손가정의 일상이다.

이런 유(類)의 드라마가 소리 없이 안방에 들어왔다. 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에서 방영 중인 '우리들의…'이다. 늙은 부모에게 손주를 맡긴 채 사라지는 자식을 두지 않은 것만 해도 로또 당첨보다 낫다고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현실이다. 굳이 국내 조손가정이나 미혼모 가정의 정확한 통계치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대여섯 집 건너 한 집꼴이다. 미혼모들의 영아 유기나 엽기적인 가혹행위 관련 뉴스는 식상할 정도가 됐다.

지난 1분기 국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에 사망자 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가리키는 합계출산율은 0.86명이다. OECD 국가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일본이 지구상에서 맨 먼저 사라지고 그다음이 한국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세 번째라고 봤다. 이 예언대로라면 동북아시아 3용(龍)의 소멸은 기정사실이다. 우리는 십수 년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혈세 100조원 넘게 썼다. 하지만 후퇴를 거듭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태어난 아이들만이라도 잘 키워야 국가 소멸이 늦춰진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해서 묵혀둬선 곤란하다. 이 대목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떠오른다. 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자식 사랑 이상으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패션은 물론 일거수일투족 모두 뉴스거리다. 가히 BTS급이다. 이를 출산율 제고와 아이를 잘 키우는 방향으로 넓혔으면 한다. 과거 육영수 여사의 '어린이 사랑'이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국민적 운동이 된 것처럼.

얼마 전 윤 대통령 내외가 한강 쓰레기 줄이기 행사에 참석했다. '선한 영향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두 내외의 이런 선한 영향력이 대한민국 소멸을 막는 데 쓰였으면 한다. 특히 김 여사가 출산율 제고와 어린이를 잘 키우는 운동에 천착(穿鑿)하면 어떨까. 지난날 부모나 가족이 아이를 키웠다면 이젠 국가와 공동체가 책임져야 한다.

호사가들의 입방아도 예상된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심정을 알 수 있다'며 물어뜯을 테니.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자식 없는 부부라고 왜 그런 마음이 없겠나. 김 여사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실천에 옮긴다면 출산율 반등도 가능하다. 5년은 결코 짧지 않다. 관련 예산도 충분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린이 시설에서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피고 관계 전문가들과 해법 마련에 진력(盡力)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국가 제1호 관심사'로 부각되는 건 시간문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린이가 행복하고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엔 김건희 여사가 제격이다.장용택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