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반지성주의

  • 조진범
  • |
  • 입력 2022-06-21   |  발행일 2022-06-21 제23면   |  수정 2022-06-21 06:53

'반지성주의'가 유행이다. 유행의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양산 사저 앞 시위에 대해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마을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소셜미디어에 2017년 국정 농단 논란 당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자신과 두 살 아들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하면서 "반지성은 이런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에서도 반지성이 등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월북으로 판단할 근거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를 가져오라는 궤변을 그만두라. 중세 마녀사냥 때나 즐겨 쓰는 반지성 폭력이다. 수많은 여성이 마녀가 아니라는 증거를 대지 못해서 죽었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쏘아 올린 반지성주의는 이제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서로를 겨냥하는 무기가 됐다. 진영에 상관없이 극복해야 할 반지성주의가 극한 대립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야당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의 윤 대통령 서초동 자택 앞 맞불 집회가 대표적이다. 보수 단체의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한 반지성적 보복이다. 반지성이 또 다른 반지성을 낳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