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뮤직로드]광주 통기타라이브클럽(1)... 5·18 아픈 기억을 달래다 빛고을 '사직골 연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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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4   |  발행일 2022-06-24 제33면   |  수정 2022-06-24 07:46
호프하우스로 탄생한 사직골

10개 통기타라이브클럽 성장

[이춘호기자의 뮤직로드]광주 통기타라이브클럽(1)... 5·18 아픈 기억을 달래다 빛고을 사직골 연가
5·18의 아픈 기억을 달래면서 1983년 사직공원 아래서 호프하우스로 탄생한 사직골. 광주 통기타라이브클럽의 원조랄 수 있다. 초대 사장은 몇 년 전 작고한 할머니였고 그 뒤 정용주 등 6명의 사장이 줄을 잇는다. 10년 전 7대 사장 강형원이 여기를 지키고 있다. 광주 통기타 문화를 추억하기 위해 3명의 포크 뮤지션이 사직골 가게 앞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한종면·정용주·강형원.

광주는 예향(藝鄕)답게 국내 포크음악계에 우뚝한 족적을 남긴 이들이 적잖다. '작은새' '이름 모를 소녀' 등을 남기고 요절한 김정호(담양 출신), '직녀에게'를 작곡한 박문옥, '바위섬'을 부른 김원중, 조용필의 히트작 '고추잠자리' '바람의 노래' 등의 작사가 김순곤,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전일가요제를 연 전일방송의 1회(78년) 대상 '모모'를 부른 김만준, 3회 대상은 '빙빙빙'을 부른 하성관인데 모두 광주에서 대박 나서 전국구 히트곡이 된다. 그런 광주와 대구가 손을 잡고 2016년 달빛통맹(대구광주 통기타동맹)을 성사시킨 건 국내 포크문화 발전의 한 변곡점이랄 수 있다.

기자도 달빛통맹 광주 콘서트 때문에 광주를 적잖게 방문해 그곳 뮤지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두 도시의 음악이 조금 차이가 있다. 대구 포크가 스킬적인 측면에 공을 들인다면 광주는 포크 본연의 가사와 울림에 포인트를 많이 둔다.

기자가 그동안 가장 부러워한 공간이 있다. 사직골 아래 자리를 잡은 '사직동 통기타거리'였다. 한때 사직공원이 깃들었던 사직골은 대구의 달성공원 같은 데라 보면 된다. 벚꽃이 멋있었고 수영장·동물원도 있었고 후에는 광주KBS 방송국, 지금은 다양한 공연문화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복합적으로 만날 수 있는 다목적 공연 허브 구실을 한다.

바로 그 산자락 옆 비탈길에 10개의 통기타 라이브클럽이 오순도순 모여 산다. 햇빛촌(박종태), 기타등등(양학태), 산울림(김종민), 노래발자국(유이랑), 사직골(강형원), 트윈폴리오(김태준), 설화(강숙향), 한종면의 음악 이야기, 뭉게구름(정영보), 작은 음악회(주권기) 등이다. 놀랍게도 지난 코로나19 악몽 속에서도 굳건히 버텼다. 단 한 업소도 백기를 들지 않았다. 주인 모두 통기타 가수다.

아무튼 사직골 주인들이 몇 년 전 힘을 합쳐 '사직골 연가'란 옴니버스 음반까지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 바로 옆 양림동 '펭귄마을'이 전국적 관광지로 사랑을 받으면서 사직골 거리는 더 큰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춘호기자의 뮤직로드]광주 통기타라이브클럽(1)... 5·18 아픈 기억을 달래다 빛고을 사직골 연가
사직동 통기타거리 조형물.


기자는 지난주 목요일 통기타거리 복판에 있는 이 거리의 터줏대감 같은 클럽 사직골에서 3명의 통기타 가수를 만났다. 2002년 첫 앨범에 수록된 '지리산'이 반응이 좋아 '지리산 가수'로 불리는 육자배기 풍의 몸짓이 인상적인 정용주, 여기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한종면과 사직골 강형원 사장이다. 셋은 촬영을 위해 추억의 통기타 명곡을 연주했다. 구름보다 더 아련하게 감정을 이어갔다.

사직골은 5·18의 아픈 기억을 달래던 1982~83년에 태어났다. 1호 업소는 현재 사직골이다. 한 할머니가 차렸던 호프하우스였다. 방송국 관계자들이 자주 들르는 참새방앗간 같은 호프하우스였다. 그 집 주인 할머니는 통기타 가수에게는 어머니로 통했다. 연주자들이 업장 내에 통기타를 하나둘 갖다 놓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통기타하우스로 성장하게 된다. 사직골은 추억스럽다. 자그마한 기와집 한 채. 통기타라이브 민속주점 같다. 일부 업소는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기 위해 반주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아직 대다수 주인 맘대로 반주기 없이 자기 레퍼토리를 불러도 호응해주는 '충성 단골' 때문에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직골 주인도 많이 바뀌었다. 2대는 정용주, 다음은 임인식, 박문옥, 박상선, 신상균, 10년 전 현재 사장이 인수를 한다.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민중·노동·투쟁가요가 신청곡으로 들어온다. 그게 이 거리만의 특징이다. 5년 전 남구청이 주도해 거리 리모델링이 진행됐다. 초입에 상징물과 업소 주인 사진과 프로필, 추구하는 음악까지 정리해 벽에 붙여 놓았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이춘호기자의 뮤직로드]광주 통기타라이브클럽(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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