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당태종 세 개의 거울 - 윤석열 버전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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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6 20:00  |  수정 2022-07-07 08:14
역사의 교훈 반추한 태종

'정관의 치' 치적 남겨

尹, 쓴 소리 할 人鏡 있나

국정·인사 상대평가 말고

무능 정부 반면교사 삼아야

[박규완 칼럼] 당태종 세 개의 거울 - 윤석열 버전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루어낸 당태종은 '세 개의 거울'을 통치의 푯대로 삼았다. 동경(銅鏡)으로 얼굴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고, 사경(史鏡)으로 역사의 교훈을 반추했으며, 인경(人鏡)으로 현자(賢者)의 간언(諫言)을 들었다.

  

-동경(銅鏡)

당태종이 싱크로율이 떨어지는 구리거울로 얼굴을 봤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데칼코마니가 찍히는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을 것이다. 그러면서 '식시무(識時務)'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식시무는 율곡 이이가 선조에게 바친 제왕학 '성학집요' 위정(爲政)편에 나온다.

 

율곡은 통치를 행함에 있어서 시급한 일, 그 당시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일, 시간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適時)·적소(適所)·적재(適材)·적무(適務)로 해결해 나가야 왕조 창업 후에도 수성(守成)이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5일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보면 마음을 제대로 다잡았는지 의문이다. 부실인사 지적에 대해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했다. 언성을 높이고 손가락을 흔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언론은 그 장면을 '도어스티밍(steaming)'이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또 만취 운전, 논문 표절 등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던 박순애 교육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았다"고 했다. 임명 철회가 마땅했던 인물을 고무하다니. 그럼 언론과 야당의 비판이 터무니없었다는 말인가.


-사경(史鏡)
당태종은 '춘추'를 비롯해 '사기', '한서', 진수의 '삼국지' 등 사서(史書)를 즐겨 읽었다. 행간에 녹아있는 황실의 성쇠 인과와 국정의 섭리를 터득하며 통치철학을 교습했다. 이른바 역사의 거울이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도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고 말하지 않았나.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에야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며 공급정책이 아쉬웠다고 술회했다. 국민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뒤늦게 실상을 터득한 것이다. 진작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에서 배웠다면 어땠을까.


윤 대통령은 인사 문제 따위를 곧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한다. 지난 4일엔 "도덕성 면에서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와 비교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상대평가다. 국정은 절대평가 하는 게 맞다. 왜 하필 무능했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나. 바둑도 고수와 대국해야 실력이 는다. 검찰 출신·지인 중용 콘셉트의 윤 정부 인사가 문 정부보다 낫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야가 오십보 백보의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는 상황이 참담하다"(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열등 정부와의 비교우위를 주장할 게 아니라 지난 정부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인경(人鏡)
당태종 주변엔 방현령, 위징 등 인경으로 삼을 만한 충신들이 많았다. 그 중 간의대부 위징이 대표적 인경이었다. 대놓고 쓴 소리를 하다 보니 태종의 노여움을 사는 일이 잦았다. "저 놈의 영감탱이를 언젠가 죽여 버리고 말거야" 당태종의 넋두리를 장손황후가 달래곤 했다. 위징이 없었다면 '정관의 치'로 웅변되는 태평성대도 없었으리라.


윤 대통령에겐 인경이 있기나 한가. 윤핵관? 아무래도 인경 역할은 못할 듯싶다. 윤핵검(검찰 출신 최측근)? 부합하는 인물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이들이 도무지 윤 대통령에게 고언을 할 것 같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데드크로스에 대해 "지지율은 별 의미 없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민심 지표인 지지율을 평가절하하면서 국민만 보고 간다? 자가당착이자 형용모순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돌직구를 날렸다. "지지율이 왜 급전직하로 떨어지는지조차 모른다"며 "옹고집, 만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준구 교수라면 윤 대통령의 인경이 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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