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글로벌 물 부족 문제...식수부족 해결 위해 '육식 대신 채식' '음료 대신 생수' 선택하자

  • 이기송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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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2   |  발행일 2022-07-22 제36면   |  수정 2022-07-25 16:11

WHO 결과, 20억명이 오염된 물 사용해 연간 50만명 사망 추정
콩버거 1개 생산엔 물 158ℓ, 소고기버거 1개엔 2천350ℓ 필요
인류 식품소비패턴 영향…채식 식단 시 매일 2천ℓ 물 절약 가능
한국 음료 소비는 증가하는데 체내 수분부족 인구는 70% 넘어서
내 몸 건강과 물 수급 양극화 해소 위해 당류 대신 맹물 섭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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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으로 불리며 '총,균,쇠'의 저자이기도 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자원부족, 기후변화, 불평등을 꼽았다. 에너지자원이든, 식량자원이든, 수자원이든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은 온실가스 배출을 확대하고 따라서 기후변화를 촉진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충격은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불평등을 극단적으로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동안 자원의 과다사용으로 기후변화에 가장 크게 기여를 한 선진국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오히려 가장 미미했다. 반면에 자원사용이 미미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미미했던 아프리카, 아시아 후진국의 피해는 오히려 가장 컸다. 따라서 기후 위기가 심화할수록 국가 간 불평등은 더욱 악화 될 것이며 경제, 환경, 보건 등의 측면에서 글로벌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가장 풍부한 물

수자원만 해도 그렇다. 의심의 여지 없이 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이다. 물이 지구를 4분의 3이나 덮고 있을 정도로 많지만, 염수가 97.6%이며 담수는 2.4%밖에 되지 않는다. 담수 중에서도 빙하, 만년설, 영구동토, 지하수 등을 제외하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하천, 호수의 물은 전체 담수의 0.39%, 지구의 물 중에서 겨우 0.01%를 차지할 뿐이다. 따라서 이것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나누어 잘 사용해야 하는 것은 지구상 우리 모두의 공동과제이다.

강, 하천, 저수지, 보 등 수자원 인프라가 세계 최상위권으로 잘 구축된 덕분에 한국은 웬만한 기후변화의 충격에도 물 부족이라는 문제를 거의 실감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상수도 공급률은 99.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도 값도 생산단가 이하로 국민에게 싸게 공급하고 있어 우리는 물 절약에 대한 압박감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눈을 들어 지구촌을 조금만 둘러보면 물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광경들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억8천400만명이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20억명 이상의 사람이 대변에 오염된 물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연간 약 5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매일 6천명의 어린이가 물 관련 질병으로 죽고 있다. 21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물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말이다.

글로벌 물 연구소(Global Water Institute)는 2030년까지 극심한 물 부족으로 7억명의 사람이 이재민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7억명 이재민의 비극도 문제지만 만약 그 많은 사람이 생존을 위한 절박감으로 각 나라의 국경을 뚫고 들어간다면 세계적으로 벌어질 혼란과 갈등은 또 어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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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문제, 건강한 식사가 답

물 부족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그리고 댐, 보 등 수자원 기반시설의 부족, 물 낭비 등이 있다. 물관리 전문가인 샤피굴 이슬람은 사소한 '귀찮음' 때문에 도시에서 손실된 물의 양은 전체 사용량의 30~40%를 차지한다고 추정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절수할 수 있는 물의 낭비가 의외로 많다. 평균가정은 이러한 누수로 인해 연간 35t 이상의 물을 낭비한다고 한다.

그런데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개념을 도입한 훅스트라 교수의 연구는 인류 전체의 물 발자국에서 약 85% 이상은 식품과 관련이 있으며 10%는 산업용, 5%가 가정에서 사용되는 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농식품 관련 85% 중 대부분은 가축 생산과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사람들이 물 발자국을 줄이기로 마음먹는다면 가정에서 생활용수를 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마트에서 어떤 농식품을 살지 검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류의 식품 소비패턴이 인류의 물 부족 문제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말이다.

소고기 1㎏ 생산에는 1만5천400ℓ의 물 발자국이 소요되고, 곡물 1㎏에는 소고기 생산의 약 10분 1인 1천640ℓ의 물 발자국이 소요된다. 두유 1ℓ를 생산하는 데는 물 297ℓ가 사용되고 우유 1ℓ를 생산하는 데는 물 1천50ℓ가 사용된다. 150g짜리 콩버거 한 개를 만드는 데는 158ℓ 물이 필요하지만 소고기버거 한 개를 만드는 데는 2천350ℓ가 필요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의하면, 만약 채식주의 식단을 따른다면 매일 2천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채식이 육식보다 물 사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물을 많이 마시자

지구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물 부족 위기를 맞고 있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물을 많이 마시자'는 역설적 제안은 도대체 무슨 얘긴가? 그렇다! 물을 많이 마실수록 건강 기여는 물론 물 부족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도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충분한 수분공급의 중요성은 수많은 연구 결과와 더불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한편 만성적 수분부족에 기인한 병리적 위험성은 아무리 경고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물, 치료의 핵심이다'라는 책의 저자 뱃 맨겔리지 박사는 20년 넘게 수백만 명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과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당신은 아픈 것이 아니라, 단지 목마를 뿐이다." 즉, 알고 보니 '만병의 원인은 수분부족이더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러잖아도 심각한 글로벌 물 부족 위기 상황에서 '너도나도 물 많이 마시기 운동'이 일어나 음용수 소비량이 늘어나면 물 부족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

한국의 경우 연간 식품생산실적은 52조6천400억원으로 제조업 GDP의 11.4%를 차지한다. 그중 생산량 규모로나 매출액 규모로나 최고 1위는 단연 음료류이다. 여기에 주류까지 포함하면 마시는 식품 종류가 식품생산액의 약 20%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게 우리나라 음료수 소비는 계속 증가하는데 체내 수분부족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여 7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런가? '마실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실 음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음료류나 주류를 더 많이 마실수록 우리 몸에 수분부족 현상은 더 많아진다. 음료수는 결코 수분공급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몸에 물 대신에 커피, 탄산수, 주스 등의 음료류를 공급할 경우에 물 발자국은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생수 한 잔을 마시는 대신에 오렌지 주스 한 잔을 마시면 약 800배 이상인 170ℓ 물이 필요하다. 우유 0.2ℓ 한 컵 생산에는 1천 배인 200ℓ의 물이 필요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까지는 약 600배 이상인 140ℓ의 물이 사용된다. 맥주 1ℓ를 생산하는 데에는 300ℓ의 물이 필요하다.

◆역효과를 부르는 주스와 탄산수

식이섬유와 여러 가지 영양소가 많이 제거되고 주로 과당이 집약된 과일주스를 포기하는 것이 정히 어렵다면 차라리 주스 대신에 그냥 과일로 먹어준다면 맛과 영양, 물 절약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사과 1개를 그냥 먹으면 물 70ℓ가 소비되었다면 사과주스 한 잔으로 마신다면 190ℓ의 물이 사용된다. 오렌지 1개를 그냥 먹으면 물 소비는 50ℓ, 오렌지 주스 한 잔으로 마시면 물 사용은 170ℓ가 들어간다.

음료수에 대한 이러한 만연한 오해는 인체의 필수 요소인 수분공급제로는 자연이 제공해 주는 맹물 생수야말로 최고의 제품이라는 사실을 과소평가해 버린 결과이다. 아무 영양가도 없는 맹물보다는 뭔가 영양소가 첨가될수록 더욱 좋을 것이라는 우리의 순진한 믿음은 위대한 자연의 완전성에 대한 신뢰의 배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완전이란 무엇을 자꾸 보태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자연의 숭고한 원칙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물이 아니라 음료류를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물 소비량은 수백 배로 증가하고, 우리 몸에 물 부족 현상은 더욱 극심해진다는 말이다. 설탕이 가득한 각종 음료수와 커피, 과당으로 농축된 각종 주스, 알코올로 채워진 각종 주류 대신에 수십 내지 수백 배나 저렴한 맹물 생수를 부지런히 마셔준다면 어떨까? 저렴한 경제적 소비효과, 고효율의 에너지 절감효과, 극적인 물 절약효과 그리고 최고 가성비의 건강효과까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 부족 때문에 고통 받는 수십억 사람에게 지하수를 파주지 못하고 생수를 공급해 주지 못해도 많이 미안하지 않아도 좋다. 내 살림을 쪼개어 국제 구호단체에 기부를 못해도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좋다. 단지 그동안 혀를 자극하는 매혹적인 요구 때문에 그냥 맹물 좀 달라고 내 몸이 부르짖는 소리에 너무 냉정하게도 무감각했던 것에 대해서만은 충분히 미안해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거저 저렴한 생수로 많이 마셔주기만 해도 학대 받아온 내 몸도 불평을 잊고 엄청 고마워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면 물 부족으로 고통 받아온 이름 모를 각 나라 수많은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마실 물이 많아지면서 물 수급 불평등도 건강 양극화도 급속도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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