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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끝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편 가르기도 벌어지고 있다. 국제적 에너지난과 식량난이 초래한 인플레와 경기침체도 걱정이다.
여기에다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피살과 더불어 북한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국 신정부의 전략적 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달 말 열린 나토(NATO) 정상 회의는 12년 만에 신(新)전략개념을 채택해 러시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동맹국의 안보와 유럽·대서양 지역의 평화·안정에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단정했다.
동시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명시했다. 중국의 야망과 강압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해 국제질서를 해친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러시아를 견제하는 나토 정상회담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태국가를 참여시켰다. 기존의 유럽동맹들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는 새로운 국제 안보 질서 판을 짜겠다는 의도다.
둘째, 한·중 관계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한·미 관계를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강화하겠다고 천명하고, 미국 주도의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참여했다. 한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가 및 현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중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중국은 일단 한국에 대한 관망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냉전적 사고'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부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한·미 밀착이나 한미일 3각 협력 구도 강화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적어도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의 대(對)한국 공세의 빌미가 안 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한일 관계 개선 구상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망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일본 우경화를 이끌었던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온건파 기시다 총리가 자기 색깔을 내면서 양국 관계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반면, 아베 전 총리 피습으로 자민당 특유의 보수적 색채가 짙어지면 한일 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한일 양국은 최근 국제정세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협력해야 할 사안이 많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다. 신정부 출범 이후 다섯 차례의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7차 핵실험 카드를 뒤로한 채 10일 방사포 시험이란 저강도 도발로 일단 태세를 전환했다.
북한이 계속해서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한국에 대한 핵 능력 사용'을 강조하는 한편, 대남협상과 북핵 협상을 분리하는 식으로 한미 관계를 이간하는 방식을 고수한다면 남북관계의 진전은 힘들다.
그간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두고 전개된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문재인 정부의 지나친 포용론,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한반도 안전을 담보하고 비핵화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
현재 세계는 사실상 G 제로(Zero) 시대이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다. 미국은 인플레 억제와 11월 중간선거가 고민이고, 중국은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3선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가치와 한국의 가치가 다를 수 있고, 중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도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자. 자강(自强)만이 살길이다.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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