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이준석과 최재훈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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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5   |  발행일 2022-07-25 제27면   |  수정 2022-07-25 08:17

[월요칼럼] 이준석과 최재훈
조진범 논설위원

'성 접대 의혹'은 논외로 하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얘기다. '당원권 6개월 중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아 정치 생명이 위태로운 처지다. 정말 그런가. 이 대표의 행보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시위라도 하듯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고 있다. 활발한 장외 정치가 연일 화제다. 차기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0일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25.2%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2위 안철수 의원(18.3%)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29.1%로 압도적인 선두였다. 20대(33.1%)는 물론 60대 이상에서도 26%로 가장 높다. 중징계가 무색한 여론이다.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준다.

도대체 '이준석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대표가 정치권의 중심에 선 것은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다. 이 대표는 돌풍을 일으키며 당 대표로 선출됐다. 대한민국 정당사 초유의 30대 대표가 탄생했다. 세대교체, 정권교체의 열망, 정치권의 혁신이 이 대표의 돌풍 배경이었다. 정권교체는 이뤄졌다. 나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이준석 현상'은 새로운 미래, 새로운 질서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대표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지금 정치권을 보면 알 수 있다. '프레임 씌우기' 같은 낡은 문법으로 싸우며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정권교체'는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다. 정권교체를 통해 대한민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준석 현상'은 대구에도 있다.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이 배출됐다. 최재훈 달성군수이다. 만 40세에 군수 타이틀을 달았다. 달성군민들이 새로운 미래를 위해 젊은 군수를 선택한 셈이다. 국민의힘 텃밭이라 공천을 받아 쉽게 당선된 게 아니냐고 가볍게 판단할 수 없다. 최 군수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쟁쟁한 경쟁자를 따돌리고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했다. 인구 26만여 명의 달성군은 도농 복합도시이다. 군(郡)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농촌을 떠올리기 쉽지만, 신도시 개발과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젊은 도시이다. 전국적으로 군 지역 인구 1위이다.

최 군수는 달성군민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최 군수도 군수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최 군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된 이후 기쁨은 잠시였다. 책임감으로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젊은' 군수를 흔드는 손이 많을 수 있다. 너무 젊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작은 실수에도 나이를 들먹일 가능성이 높다. 최 군수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대목이다. 이준석 대표처럼 '싸움닭'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은 게 다행히 장점이다. 관료 집단과의 관계 설정도 최 군수가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관료에 포섭되면 "군민들의 기대와 변화에 대한 열망에 부응하겠다"는 약속은 헛말이 된다. 공직 개혁은 시대적 과제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공직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 군수는 군청사 8층에 있는 군수 집무실을 3층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민원인과 직원들이 쉽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공간의 이전은 의식과 소통의 변화이다. '최재훈호'가 대구의 미래와 변화의 상징이 되기를 기대한다.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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