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부터 바닷길까지, 포항 힐링로드 .5] 송도동 이야기…부드럽게 간질대는 하얀 모래밭 100년 자란 송림 솔밭내음 솔솔~

  • 류혜숙 작가
  • |
  • 입력 2022-08-01   |  발행일 2022-08-01 제11면   |  수정 2022-08-0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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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는 2012년부터 송도해수욕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인공적으로 모래를 공급하는 등 백사장 복원에 공을 들였다. 지금 송도해수욕장의 모래밭은 희고 넓은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송도동은 섬이다. 남쪽은 형산강, 서쪽은 포항운하와 동빈내항, 북쪽은 포항 구항, 동쪽은 영일만에 접한다. 형산강을 따라 제방도로가 이어진다. 포항운하를 가로지르는 송림교는 송도동과 해도동을 잇고 송도교는 죽도동을 잇는다. 동빈내항에는 동빈큰다리가 포항의 중심지인 중앙동과 이어져 있다. 그래서 송도동은 섬이지만 섬의 느낌은 거의 없다. 옛날 송도는 바다와 강으로 둘러싸인 기다란 사구(沙丘)였다. 바람이 몰아치면 모래가 거세게 일었고 풍랑이 불고 홍수가 지면 물이 넘쳤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송도는 조선 후기인 1832년경까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그때의 송도는 영일현에 속해 있었고 형산강이 동해와 만나는 입구에 있어 분도(分島)라고 불렸다.

하늘 가릴 정도로 울창한 솔밭 산책로
백사장 복원 옛명성 찾은 송도해수욕장
세계 향하는 꿈·비전 담은 '워터폴리'
버스킹·도시락 정원 등 송림 테마거리
관광문화·첨단산업 新해양 도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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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 테마 거리의 솔밭 산책로.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이곳 솔밭은 일제강점기 때 조성되기 시작해 100여 년의 역사를 가졌다.

◆소나무 숲 우거진 송도동

송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후반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 송정동 주민들이 하나둘 이주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영일군 대송면 송정동에 편입되었다. 이후 이주민은 꾸준히 늘었다. 1931년에는 70여 호가 송도에 정착했다. 이때부터 마을은 제법 규모를 갖추게 되었고 포항읍 향도동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초창기 이주민들은 영일정씨·김해김씨·순흥안씨 등이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주로 물고기와 조개를 잡고 밭을 일구며 살았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염전이 유명했다. 송도 염전에서는 우리의 전통 소금인 '자염(煮鹽)'을 생산했는데 나라에 진상하는 특산물이었다고 한다. 자염은 일제강점기 근대식 소금생산방식이 들어오면서 생산방식과 가격경쟁에서 밀렸고 결국 1950년대 후반에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일제의 잔재인 향도동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송정동과 분도에서 한 글자씩을 따 송도동이라고 이름 지었다. 송도는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송도에 소나무를 처음 심은 것은 1910년경이다. 당시 김씨 성을 가진 한 주민이 소를 방목하기 위해 해풍을 막을 수 있는 측백나무와 해송을 조금씩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소나무 조림 사업에 나선 사람은 일본인 대지주 오우치 지로였다. 경술국치 이후 포항에 이주해 정착한 그는 지역에서 가장 많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1911년 송도 일대 국유지를 총독부로부터 불하 받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센 해풍에 작물들은 뿌리째 뽑혀 나갔다. 그때부터 오우치 지로는 송도 일대에 어린 해송을 심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송도에 울창한 송림이 생기기까지 10여 년이 걸렸다. 광복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오우치 지로는 죽기 전 '송도 소나무가 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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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 테마거리에는 산책로·도시락 정원·숲 아틀리에·건강 숲·암석원·버스킹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10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송도동의 솔숲은 넓다. 환경 숲·공원 숲·동네 숲·마중 숲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숲속에는 산책로·도시락 정원·숲 아틀리에·건강 숲·암석원·버스킹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옛날 송림을 가로지르던 길이 300m·폭 12m의 아스팔트 도로는 자연과 사람을 위한 보행안전 테마 거리가 되었다. 입구에는 '푸른 숲의 거인'이 우뚝 서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솔개천이 흐르고 물레방아가 돌고 바닥 분수가 솟아오른다. 송림 테마 거리의 물길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세요'라는 푯말이 있다. 여름밤 이곳은 아이들에게 천상의 물놀이장이다. 가압필터 여과기와 자외선 살균장치 등 수질 정화시설이 설치돼 있어 언제나 깨끗한 물이 공급되고 있다. 물길과 나란한 산책로에는 솔방울과 사슴벌레 트릭아트가 불쑥 일어서고 다양한 스틸아트 작품들을 걸음마다 만난다. 밤이면 테마 거리 곳곳에 조명이 켜지고 빽빽한 소나무들 사이로 포스코의 불빛이 반딧불이처럼 날아 들어온다.

◆송도해수욕장

송림이 조성되고 염전이 점차 쇠퇴하면서 송도는 백사송림(白砂松林)의 휴양지로 떠올랐다. 길이 3.2㎞·너비 70m의 넓은 백사장은 '송도불'이라 불렸다. 모래는 몸에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희고 고왔다. 앞바다는 멀리 70m까지 수심이 얕았다. 바닷물은 속이 훤히 비칠 만큼 맑고 투명했으며 간만의 차가 거의 없었고 수온도 적당했다. 여름이면 송도 바닷가에 천막촌이 들어섰고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송도해수욕장은 1931년 '향도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장했다. 개장 이듬해에는 1만명의 피서객이 몰렸고 이후 피서철마다 10만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였다. 송도해수욕장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의 원산해수욕장과 함께 동해안 최고의 휴양지로 명성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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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해수욕장 가운데에 자리한 'S'자 모양의 '송도 워터폴리'. 동해를 향하는 갈매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땅과 바다와 하늘을 연결해 태평양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포항의 꿈과 비전을 표현했다.

송도해수욕장의 쇠퇴는 1968년 포항제철이 들어서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주변의 공업단지에서 형산강을 따라 폐수가 흘러들어 왔고 포항항과 형산강에 도류제를 건설한 이후에는 사빈의 침식현상이 심화되었다. 1970년대 말에는 두 차례의 큰 해일로 백사장이 유실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해일이 지나간 후 백사장을 지키기 위해 방파제를 설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983년에는 태풍이 왔다. 이렇게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은 대부분 사라졌다. 피서객의 발걸음이 점차 끊겼고 주변 상가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결국 2007년 송도해수욕장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사실상 폐장되고 말았다.

지금 송도해수욕장의 모래밭은 희고 넓다. 모래 알갱이들은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럽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송도해수욕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백사장 복원에 공을 들였다. 해안침식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중 방파제를 설치하고 인공적으로 모래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송도해수욕장 남쪽 형산강 하구에 둥그런 전구 모양의 조형물이 서 있다. '형산강 폴리'다. 형산강 폴리는 유리 구체의 건축물로 동해의 해오름을 형상화한 전망대다. 높이는 14m, 내부는 4층 규모로 내외부 모두가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 강과 바다, 사방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해변을 따라 올라가면 송도해수욕장의 가운데 즈음에 'S'자 모양의 '송도 워터폴리'가 있다. 동해를 향하는 갈매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땅과 바다와 하늘을 연결해 태평양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포항의 꿈과 비전을 표현했다'고 한다. 폴리(Folly)는 정원이나 공원 등에 지은 장식용 건물을 뜻한다. 해가 지면 송도 해변의 폴리들은 음악과 함께 빛난다.

◆새로운 부활의 신호탄, 도시재생 뉴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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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워터폴리'에서 본 송도해수욕장 풍경.

형산강 하구에서 포항 구항 일원인 북쪽의 수협까지 1.3㎞ 구간에는 야간안전조명시설인 그린 폴(Green Pole)이 설치되어 있다. 60m 간격으로 이어지는 25개의 환한 그린 폴은 밤마다 송도의 해안선과 모래밭을 하얗게 밝힌다. 송도 구항 지역은 현재 변화 중이다. 송도동과 중앙동 일원은 2018년 국토교통부로부터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되었는데, 이는 항만·철도·도로·하천 등 국가 핵심기반의 정비 및 개발과 연계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고용기반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포항은 'ICT(정보 및 통신기술) 기반 해양산업 플랫폼 포항'이라는 기치로 송도 구항을 관광과 문화·산업 기능이 집적된 신 해양산업 도시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그린 폴 역시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것이다.

특히 송도 부두에 신축 중인 '첨단 해양산업 융복합 R&D(연구개발) 센터'는 'ICT 기반 해양산업 플랫폼 포항'의 핵심 마중물 사업이다. 센터는 해상레포츠 가상 체험 공간·코워킹 스페이스·입주기업 창업 및 공유 오피스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주변으로는 전시 및 비즈니스 복합 센터, 호텔과 리조트, 해양레포츠 플레이그라운드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송도 해변의 가운데에는 월계수 잎을 양손으로 치켜든 '평화의 여상(女像)'이 서 있다. 1968년에 처음 세워졌던 평화의 여상은 사람들로 가득했던 시절 송도해수욕장의 상징이자 명물이었다. 긴 침체기를 지나 이제 송도는 새로운 월계수 잎을 높이 들어 올리려 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송도지역 부활의 신호탄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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