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경영, 스쳐가는 한 때의 바람인가

  • 서민교 대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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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8   |  발행일 2022-08-01 제24면   |  수정 2022-08-01 07:46
[기고] ESG경영, 스쳐가는 한 때의 바람인가
서민교 교수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ESG 경영 열풍 속에서 최근 거센 역풍도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이며 'ESG 전도사'로 불리던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지난 5월에 "우리가 투자한 기업들의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책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ESG 펀드에 유입되었던 돈이 썰물처럼 ESG에서 비ESG로 빠져나가고 있고, ESG 투자자들이 죄악으로 여기는 에너지와 방산 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ESG 친화적 기업들의 주가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CSV(공유가치창출)처럼 한 때의 유행으로 살아질 것인지 아니면 역풍을 이기고 더욱 굳건하게 뿌리를 내릴지 기로에 서 있는 ESG 경영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최근 불고 있는 ESG 경영에 부는 역풍의 원인을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ESG의 이론적 근거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즉, 이른바 '워크(woke)자본주의' 논쟁이 자리잡고 있다. 워크자본주의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기업들의 경영방식을 꼬집는 용어로서,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의 전환과정에서 탄생했다.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 자본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의 불씨를 지폈다는 비판을 받으며 기업은 주주 이익뿐만 아니라 직원, 고객,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ESG 경영도 이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성 소수자, 인종 차별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착한기업증후군'은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정치권과의 마찰을 심화시키는 등 경영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 ESG 개념의 모호성과 더불어 평가방식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SG의 본질 즉 예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는 무기 회사와 방산업체를 ESG 투자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윤리적인가의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프랑스 최대 식품기업 다논의 책임자가 지역사회 공헌과 환경 등 지나치게 ESG를 강조하다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회사 매출이 급감하고 주가가 30% 폭락해 결국 사임한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셋째, 무엇보다도 ESG의 문제점 중 하나는 소위 '그린워싱(green washing)'과 '워크워싱(woke washing)'의 문제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ESG 친화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뜻한다. 워크워싱은 기업이 사회적 문제나 가치에 깨어있는 척 하면서 실제 경영활동에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아우디는 미국의 슈퍼볼 경기장에 수백만달러의 광고료를 지불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없애 성평등 가치를 지향하겠다는 광고를 하여 초기에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결국 임원진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더 큰 비난 여론에 부딪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역풍에도 불구하고 지구 환경위기나 불평등 등 같은 ESG가 태동하게된 문제의식이나 해결의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거센 역풍은 오히려 ESG 경영의 본질에서부터 평가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계기로 작용하여 ESG를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시킬 것이다. 결국 ESG 경영의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보여 주기식 모습에서 벗어나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이윤창출'과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달려 있다.

 

서민교<대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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