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부터 바닷길까지, 포항 힐링로드 .6] 포항 시내의 변신 - 중앙로…쇠퇴한 번화가에 실개천 흐르자 다시 찾아드는 사람들

  • 류혜숙 작가
  • |
  • 입력 2022-08-08   |  발행일 2022-08-08 제11면   |  수정 2022-08-08 07:23
600여개 점포 전성기 누리다 내리막길
중앙상가 한가운데 낸 657m 작은 물길
실개천 중심 문화 공간…활력 되찾아
옛 아카데미 골목 예술창작지구 조성
예술가 창작·판매 플랫폼 재생 '꿈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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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중앙상가에 만들어진 길이 657m의 작은 물길인 '실개천'은 깊이 20㎝에서 50㎝, 폭은 30㎝에서 100㎝로 구불구불 S자 모양으로 흐른다.

상가들 빼곡한 도심 거리에 실개천이 흐른다. 빈집 많던 도심 골목에 꽃들이 피어난다. 어른과 아이들, 젊은이와 연인들, 상인과 예술가들이 이 거리에, 저 골목에 가득하다. 포항 중앙로, 말 그대로 포항의 중심이다. 중앙로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포항 시내에서 가장 큰 도로였다. 포항 도시 형성의 시발점이었고, 역과 버스터미널이 포진한 포항의 관문이었으며, 각종 관공서가 집결된 행정의 중심이자 온갖 상업시설이 밀집한 상업의 중심지였다. 이후 신도시 개발 등으로 도시의 덩치가 커지면서 중앙로는 상대적으로 왜소해졌다. 관공서가 자리를 옮기고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이 생기면서 중앙로는 침체기를 겪었다. 중앙로가 변신하고 있다. 그 시작은 실개천이라 할 수 있다.

◆중심의 흥과 쇠, 포항 중앙로

포항 중앙로는 현재의 오거리에서 육거리까지 1.2㎞ 구간을 뼈대로 이뤄졌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4년, 일본이 자국민이 많이 거주하는 흥해군 및 영일현 일부 지역을 일본식 지명인 중정(仲町·중심지)으로 개발하면서 지금의 중앙로를 뚫기 시작했다. 이후 중앙로는 빠른 속도로 확장됐다. 일제강점기 때는 이 거리를 따라 시민들이 만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광복 후에는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하는 정치인들이 이 거리에 서서 시민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중앙로 동편의 죽도시장은 1954년 정식 인가를 취득한 이후 근대적 상설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중앙로 서편의 중앙상가는 1949년 포항이 시로 승격한 이후 줄곧 민생경기의 상징이자 지역 경제의 중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

1980년대는 중앙로의 전성기였다. 아카데미극장·국제극장·시민극장·시공관(시민회관)·포항백화점·무궁화백화점·시민제과·경북서림 등이 성업을 이루던, 일명 상업적 문화자본 전성기였다. 그때 중앙로 곳곳은 사람들로 넘쳐나 거리는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했을 정도였다. 중앙상가는 포항의 최대 번화가로 '포항의 명동'으로 불렸으며 호황일 때는 600여 개의 점포가 영업을 했다. 중앙상가에 있는 포항우체국은 만남의 장소였다.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우체국 계단에서 연설을 했다.

90년대 초,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등장으로 중앙상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6년 말에는 육거리에 있던 포항시 청사가 남구 대잠동으로 이전했다. 유동인구가 줄어들었고,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났다.

◆실개천이 흐르는 중앙상가 길

포항시는 중앙상가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십 차례 현장 방문과 마라톤 회의·아이디어 공모 등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07년 8월 많은 반대 여론에도 상가 거리에 친수 공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길이 657m의 작은 물길인 '실개천'을 조성하고 차 없는 거리로 지정했다. 실개천은 깊이 20㎝에서 50㎝, 폭은 30㎝에서 100㎝로 구불구불 S자 모양으로 흐른다. 인공폭포와 목재바닥, 3곳의 그늘막과 28개의 벤치, 형형색색의 가로등, 그리고 소규모 공연장도 갖췄다. 어둠이 내리면 바닥에 설치된 빨강·노랑·파랑의 수중 조명등 214개가 동시에 켜져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이 거리에서는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종이배를 띄우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실개천을 중심으로 포항시립중앙아트홀·중앙아트센터·별밤지기아트홀 등 연극·공연·전시 공간이 들어섰다. 유동인구도 실개천 조성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아웃도어 거리가 새롭게 조성되는 등 상점들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많은 도시의 도심 재생 디자인 관련 공무원과 시의원·학생·교수 등이 실개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 중국 산동성 래무시·미국 피츠버그시·일본 조에츠시 등에서도 사절단이 다녀갔다. 중앙상가 실개천은 도심 재생사업 및 도시디자인 추진의 수범사례로 평가돼 2008년 도시대상 국토해양부 장관상과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1년에는 아시아 도시경관 상까지 수상했다. 중앙상가에는 없는 게 없다. 이 가게에 없는 물건은 다른 가게에서 곧바로 살 수 있다. 모든 점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정보의 교류 또한 활발하다. 중앙상가는 포항의 자존심이자 서민경제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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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의 다양한 꿈이 꿈틀대는 거리'라는 뜻의 '꿈틀로'는 예술가의 단순한 창작공간을 뛰어넘어 문화와 교육, 체험과 전시, 그리고 소통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중앙상가의 동편, 옛날 아카데미 극장과 중앙파출소 일대를 사람들은 '아카데미 골목'이라 불렀다. 예전에는 포항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으나 중앙로의 쇠퇴와 함께 빈집이 늘어나면서 활력을 잃게 된 지역이다. 포항시는 옛 아카데미 골목의 재생과 변신을 위해 문화적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5년간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창작지구가 조성되었고 회화·공예·도예·음악·공연·조각 등 여러 예술가들이 14개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지금 거리의 이름은 '꿈틀로'다. '예술인들의 다양한 꿈이 꿈틀대는 거리'라는 뜻이다.

'꿈틀로' 골목길은 꽃길이다. 비어있던 가게들은 예술가들의 창작과 예술작품 판매를 위한 플랫폼으로 변했다. 터만 남아있던 옛날 아카데미 극장 자리는 '문화공판장'이라는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중앙 파출소는 눈을 동그랗게 부릅뜬 '부엉이 파출소'가 되었다. 1960년대 초 사진작가 박영달이 열었던 음악 감상실은 '청포도 다방'으로 재탄생해 근대기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던 공간에서 시민의 문화공간이자 문화적 거점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옛집을 개조한 '청년문화 편집숍'은 청년문화도시를 위한 기획·창작·마켓·브랜드 개발 등 유무형의 자원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현재 '꿈틀로'에는 순수회화·공예·도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총 30팀이 입주해 있다. 2020년에 조사된 성과 분석에 따르면 매년 수천 명이 꿈틀로를 방문했으며 출범 4년 차까지 3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꿈틀로'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신규작가 모집을 통해 문화예술기획·미디어영상 등 분야의 폭을 넓히는 한편,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을 선정해 입주작가들의 구성을 다변화했다.

또한 자생력을 키우고 더욱 조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학교와 연계한 공방 체험프로그램, 기업과 함께하는 문화상생 프로그램인 '꿈틀로 곁테로'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원도심 문화예술창작지구로 자리 잡은 '꿈틀로'는 예술가의 단순한 창작공간을 뛰어 넘어 문화와 교육, 체험과 전시, 그리고 소통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 함께 채워가는 미래도시 포항

중앙로는 지금도 변신 중이다. 포항시는 2018년 중앙정부로부터 중앙동 일대를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뉴딜사업 지구로 지정받아 도심기능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옛 중앙초등 부지에는 '북구청사 및 문화예술 팩토리'가 건축 중이다. 청사에는 포항문화재단이 입주하게 되고 지역문화 아카이브를 비롯해 문화예술콘텐츠 생산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공간이 배치될 예정이다.

현재 북구청 자리에는 '청소년문화의집 및 청년창업플랫폼'이 건축 중에 있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청년들에게는 창업의 꿈을 심어주는 공간으로 새로 태어난다. '꿈틀로'에서 동빈내항을 따라 영일만 광광유람선 선착장을 향해 올라가면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수협 냉동창고를 만날 수 있다. 과거 많은 수산물을 보관했던 창고는 이제 문화 경험을 널리 확대하는 국제예술교류의 장이자 지속 가능한 자생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슬로건은 '새로운 시작! 함께 채워가는 미래도시 포항'이다. 포항시는 도시 공간을 입체적인 문화 아이템으로 가득 채워 '풍성한 문화생태계'를 시민에게 돌려줄 '거점 문화 공간'을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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