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 지고 잎 진 가지를 잡고
미친 듯 우나니, 집난이는
해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치마를
눈물로 함빡 쥐어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김소월 /'첫 치마'
1921년 4월9일 동아일보에 실린 김소월의 시 '첫 치마'는 이후 시집 '진달래'에 상재된다. 조수미의 가곡으로 유명해진 '첫 치마'는 1920년대 갓 시집간 여성적 화자의 평안도 정서가 처연하다. 굽이굽이 곡절을 감정으로 잡아내면서 피아니시모의 감정은 점점 여리고 애달파져서 결국 눈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왕국에 도달한다. 그 눈물은 봄과 꽃에 기대기 전에 이미 마음에서 돋아났기에 더 애달프다. 그러니까 당시 이미 우리의 언어는 몇 겹의 속살을 가지면서 생활이라는 감정을 노래해 왔다. 소월의 언어는 높낮이가 평이하고 단순하되, 그 말이 다시 간절하고 곡진하여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재구성되는 놀라운 언어체험이다. 소월의 많은 시가 노래로 자꾸 변주되는 것은 그 안의 리듬과 언어가 익숙하면서도 비범하기 때문이리라. 소월의 노랫말들은 놀랍고 두려운 존재감이어서 무시로 등이 서늘하기만 한다. 영혼이 얕은 내가 영혼이 깊은 물가에서 물소리를 듣는 셈이다. (시인)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 지고 잎 진 가지를 잡고
미친 듯 우나니, 집난이는
해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치마를
눈물로 함빡 쥐어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김소월 /'첫 치마'
1921년 4월9일 동아일보에 실린 김소월의 시 '첫 치마'는 이후 시집 '진달래'에 상재된다. 조수미의 가곡으로 유명해진 '첫 치마'는 1920년대 갓 시집간 여성적 화자의 평안도 정서가 처연하다. 굽이굽이 곡절을 감정으로 잡아내면서 피아니시모의 감정은 점점 여리고 애달파져서 결국 눈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왕국에 도달한다. 그 눈물은 봄과 꽃에 기대기 전에 이미 마음에서 돋아났기에 더 애달프다. 그러니까 당시 이미 우리의 언어는 몇 겹의 속살을 가지면서 생활이라는 감정을 노래해 왔다. 소월의 언어는 높낮이가 평이하고 단순하되, 그 말이 다시 간절하고 곡진하여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재구성되는 놀라운 언어체험이다. 소월의 많은 시가 노래로 자꾸 변주되는 것은 그 안의 리듬과 언어가 익숙하면서도 비범하기 때문이리라. 소월의 노랫말들은 놀랍고 두려운 존재감이어서 무시로 등이 서늘하기만 한다. 영혼이 얕은 내가 영혼이 깊은 물가에서 물소리를 듣는 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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