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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대표 영화축제인 대구단편영화제가 개막한다. 대구는 서울이나 부산, 전주, 부천 등과 달리 큰 규모의 국제영화제는 없다. 그렇지만 대구단편영화제를 비롯해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대구여성영화제 등 알찬 영화제들이 지속해서 열리고 있다. 분명 영화제의 규모가 크면 장점이 많다. 그만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운영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목표가 분명할 때 그 규모가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대구단편영화제는 2000년 국내 단편영화 제작 활성화와 지역 영상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영화제를 통해 전국의 우수한 단편영화를 지역의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타 지역 영화인들과의 교류도 계속 이어왔다. 영화제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창작자와 관객, 창작자와 창작자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특히 1회부터 지역영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만든 '애플시네마'(지역영화 부문)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지역 창작자들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주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영화제가 지역영화의 경쟁력을 키우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든든한 기반으로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대구단편영화제가 창작자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영화제라는 일회성 행사의 한계를 넘어 많은 영화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영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2000년 지역영상 발전 목표 행사 출발
지역밴드와 함께 공연 '인디제곱' 등
타 예술분야와의 적극적 협업 지속
주변 상점과 협업 '동네가게 스폰서'
지역사회와 적극적 결합 시도 눈길
제23회 행사 오오극장 등서 24일 개막
초청작품 등 다양한 장르 70편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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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영화제가 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은 다양하다. 초창기의 영화제(시상식 형태의 영화제가 아닌 축제(Festival)로서의 영화제)가 '작품'과 '창작자'를 발굴해 관객에게 소개하고, 영화인들의 교류와 네트워킹에 집중했다면, 최근 영화제들의 트렌드는 전통적인 영화제의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관객과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결합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축제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에는 2018년부터 시작된 '커뮤니티 비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이 직접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하고,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와 함께 찾아가는 영화제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점차 그 규모를 키워오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영화제의 역할, 기능, 존재 방식을 새롭게 탐색하고자 한다는 커뮤니티 비프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제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새로운 역할로의 고민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대구에서 제작된 영화가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장편영화가 전국적으로 개봉하면서 지역영화 신은 보다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대구단편영화제도 조금씩 규모를 키워올 수 있었다. 그러면서 대구단편영화제 역시 새로운 작품과 창작자를 발굴하는 역할과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관객과 지역사회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지역의 디자인 작가들과 함께 경쟁부문에 상영되는 작품의 포스터를 제작하는 '디프앤포스터'와 지역 인디밴드와 함께 하는 소규모 공연 프로젝트인 '인디제곱'을 통해 다른 예술분야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영화제가 열리는 지역의 주변 상점들과 함께 하는 '동네가게 스폰서'를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야외상영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화인의 축제를 넘어, 모두의 축제로서 대구단편영화제가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구단편영화제 상영작은 총 70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44편의 경쟁 작품 외에 대구신작, 배리어프리영화, 고전영화, 로컬시네마(타 지역 단편영화) 등 다양한 부문의 초청 작품들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소재나 주제뿐만 아니라 연출 형식과 표현 방식 또한 다양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라는 애플시네마의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 올해 애플시네마 상영작 역시 역대 최다(11편)를 기록하며 그 어느 때보다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부대행사로는 야외상영회, 디프앤포스터, 인디제곱, 디프앤옥션 등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며, 영화인들의 교류를 위한 라운드테이블과 지역 영화계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포럼도 진행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처음으로 정상 진행되는 영화제인 만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올해 대구단편영화제의 슬로건은 '영화, 파동의 물결'이다. '영화를 퍼트려 나간다'라는 의미로 영화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와의 작별이 될지 화합이 될지를 앞두고 있는 이 시기,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인류가 팬데믹의 통제로부터 점차 해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힘입어 억눌려있던 극장예술과 영화네트워킹을 퍼트릴 수 있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전국의 많은 영화제들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에 큰 변수가 되었지만, 영화제들은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고 있다. 대구단편영화제 역시 호흡을 가다듬고, 그 작별과 화합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로서 이번 23회 대구단편영화제가 기여하길 기대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제23회 대구단편영화제는 8월24일(수)부터 29일(월)까지 오오극장, CGV대구아카데미에서 열린다.
※대구단편영화제 홈페이지 dif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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