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곧바로 비대위원장 임명도 의결한다. 이준석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대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대구 출신 5선 중진 주호영 의원이 맡을 전망이다. 주 의원은 '국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대표 권한대행을 지내는 등 당 지도부 경험이 있고 계파색이 옅어 당내 의원들로부터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주호영 비대위'가 예정대로 출범하게 될 경우 내홍에 휩싸인 집권 여당을 수습하고, 지지율이 급락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뒷받침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게 된다. 아울러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갖는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등 여권 내 차기 권력지형 재편을 위한 룰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당내에서는 비대위 운영 기간과 성격을 둘러싸고 한두 달 정도 짧게 운영하는 '관리형'과 당내 주류를 교체하고 새로운 당정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혁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누어져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비대위원장이 개혁과 혁신을 통해서 당을 정상화해 재도약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려면 '관리형'이 아닌 '혁신형'이 맞다.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을 경우 국힘은 당 대표 경선 국면으로 조기에 접어들면서 '도로 이준석'과 '도로 윤핵관'으로 나누어져 권력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주호영 혁신형 비대위'가 그동안 쌓은 정치적 내공을 바탕으로 당 내분을 조속히 끝내고 당을 중도확장해야만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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