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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 의성군위지사장) |
경북 의성과 군위는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로 대구경북에서 소멸가능성 1, 2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7월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의성군위지사장으로 부임했다. 짐작은 했지만 출장 중에 보이는 잡풀 무성한 빈집들은 예상보다 너무 많아 적잖이 놀랐다.
이곳에 거주하는 분들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의성과 군위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범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낮은 출산율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는 밑돌 뽑아 윗돌 쌓기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8월4일자 영남일보 1면에는 '가르칠 학생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2012년 이후 대구에서 10개 학교가 문 닫아 연 1곳 이상 폐교한다는 기사가 났다.
문제는 국내 인구는 지난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대구는 이미 2011년에 인구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 있고, 작년 대구 출생아 수는 1만700명으로 2015년 대비 45%나 줄어 앞으로도 학교 통폐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도시인 대구도 이러한데 중소도시들은 오죽하겠는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 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고,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꼴찌다. 중앙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2019년에 252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내체류 외국인 수가 코로나 여파로 급감했다가 지난 5월 201만명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들이 국내경제에 이바지하는 부가가치는 단순 통계수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미국이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부강한 국가를 만드는 토대를 만들었듯 우리나라도 이제 국내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이민정책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2000년대에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펼친 이후 인구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독일경제 또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인구 중 20%는 이민자 출신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인구 감소로 각종 통계자료는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다.
건강보험, 국민연금의 재정 건정성 문제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섞인 전문가들의 충고가 넘쳐난다.
정부는 국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세제 혜택,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민·관 유아시설 확대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더욱 노력하면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수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인구 감소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서(이민청 신설 등)를 신속히 정하거나 신설하고, 전문가·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한 공론화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 국가다.
이제는 다민족 국가로 가야 하는 숙명에 놓여있다. 물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당장 내가 일하고 있는 경북 의성과 군위 같은 소도시를 시작으로 인구가 소멸하는 것을 막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 의성군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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