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소비를 기업에 떠넘긴 구미시, 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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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1   |  발행일 2022-08-11 제23면   |  수정 2022-08-11 06:46

올가을 쌀값 대란의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소비촉진 운동에 나선 구미시가 기업에 부담을 떠넘겨 빈축을 사고 있다. 구미시·구미상의는 공동으로 지난 8일 구미 쌀 판매 활성화 간담회를 열었다. 구미시의 이번 캠페인은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자는 좋은 취지에서 기획되었을 것이다. 구미 지역에는 현재 지난해 수확한 쌀(조곡) 7천t이 재고로 남아 있는 데다가 이달부턴 조생종 햅쌀 수확이 시작된다. 쌀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미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풍년이 들어 2021년산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7%(338.2만t) 늘었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쌀소비 감소 현상이 한층 심해져 농협 쌀 재고는 전년 대비 73% 늘어났다. 정부가 올해 세 차례 쌀을 매입하며 공급량을 줄였지만 넘치는 재고를 처리하기엔 역부족,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뜻을 담았다고 해도 갑의 위치에 있는 관공서가 나서 기업에 강매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날 행사에서 주최 측은 기업체 관계자들에게 제공된 유인물에 업체별로 쌀 구매 수량을 기록한 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쌀을 구매하면 기업체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주최 측이 원하는 만큼 사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협박성으로 들릴 수 있다. 특히 이날 국회의원·시장·시의원 등 정치인도 참석시켰다니 기업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을지 짐작 간다. 구미시는 '기업을 적극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에 부담만 주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듣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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