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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
올해 들어 지난 30년간 흑자를 이어오던 우리나라의 대중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2013년 628억달러의 흑자를 정점으로 계속해서 흑자 폭이 줄어들다가 올 상반기에는 41.8억달러에 그쳤고 지난 5월부터는 연속 3개월째 적자행진을 하고 있어 한중 수교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폭의 대폭 감소 내지 적자반전 가능성은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세의 둔화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해 22.9% 증가한 대 중국 수출이 올 상반기에는 6.9% 증가에 그쳤으며 지난 7월에는 되려 2.5% 감소하였다. 이러한 수출증가세 둔화에 따른 무역흑자의 대폭 감소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미중 신냉전으로 인한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가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도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는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가공하여 미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삼각무역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는 곧바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도 간접적 영향을 끼친다. 2019년 당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였고 그 여파로 그해 중국의 대미수출이 17% 감소하였는데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17% 감소하였다.
둘째 중국의 경기후퇴이다. IMF의 전망에 의하면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해에는 8.1%였는데 올해는 3.3%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코로나 재창궐에 따른 중국의 도시봉쇄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갈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하려는 이른바 '쌍순환' 전략을 시도했는데 통행과 물자이동이 통제되면서 물류가 끊기고 생산이 중단되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얼어붙은 것이다. 중국 전체의 지난달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각각 11.1%, 2.9% 줄었고, 실업률은 6%대로 올랐다. 이러한 중국의 경기후퇴가 수입수요를 감소시켜 우리 제품의 중국수출에 영향을 주었고 또 앞으로도 줄 것이다
셋째 중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이다. 중국은 그동안 저가품의 농산품, 저부가가치의 공산품 수출에 특화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것은 이제 옛말에 불과하고 최근에는 첨단제품에서도 점차 경쟁력이 향상되어 한국 제품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내 광대한 자국 시장,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 값싼 가격 등을 무기로 기술을 발전시키며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철강, 화학, 기계, 조선, 가전, 자동차 같은 전통산업에서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전기차·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략산업에서도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고 이미 우리를 넘어서거나 거의 따라잡은 분야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구조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도 무역수지의 개선은 난망일 수가 있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원자재 확보와 중간재 수출 다변화를 꾀하며 우리 제품의 고급화와 유망신제품 발굴에 온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인하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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