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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 변호사 |
마키아벨리 이후 정치에 도덕을 적용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으로 여겨져 왔다. 정치인의 덕목이 권력을 잡아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 목적을 위하여 도덕적인 덕목을 저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의 역사에서도 이복형제들을 살해하고 아버지를 내쫓아 권력을 쥔 태종 이방원이나 조카인 단종을 내쫓고 죽이기까지 한 세조의 비정한 행동들은 그들이 그 후의 치적으로 조선 왕조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합리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1년 전 정치를 시작하고 당시 민주당 정권을 비난하면서 대통령직에 도전하였을 때 이를 자신을 파격적으로 중용하여 서울지검장으로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배신행위로 생각되어 못마땅하였다. 그렇지만 그가 간발의 차이로 당선된 이후에는 자신의 뜻을 펴기 위한 정치적 결단 행위에 도덕적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마음을 억지로나마 돌리게 되었고 좋은 정치를 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궁지에 몰릴 때는 자신도 그 일원이었던 전 정부를 폄훼하고 부당하게 비교함으로써 이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도덕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능력에서도 수준에 미달한다는 걱정이 들었고,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를 내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서도 그런 점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선거에서 미세한 차이로 승리하게 된 데에는 종래 진보적인 성향이었던 2030세대에서 우세를 나타낸 것이 큰 요인이었고 이는 이준석 대표의 덕분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내치는 쪽에서는 두 번의 선거에서의 승리 이후 당을 수습하고 재정비하기 위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고 여기겠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실컷 요긴하게 써먹고는 내팽개치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배은망덕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번 정권에서 경찰을 통제하기 위하여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한 것은 그 정당성이나 법적 절차의 적법성 등을 두고 논란이 많다. 특히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는 과거 노동운동을 하다가 그 경력으로 경찰에 특채되어 오히려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데 공을 세워 승승장구한 사람이다. 프락치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그가 노동운동을 한 경력으로 특채가 되었고 경찰이 되어서는 공안 부분에 일을 하였으니, 과거 같이 운동을 하던 사람들로서는 영화에 나올 법한 배신으로 생각될 것이다. 특히 경찰국장의 임무가 권력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경찰조직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고 경찰의 대다수가 이에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그가 이를 수락한 것은 또 하나의 배신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는 가장 밑바닥을 배신자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고 있는 인물은 스승 예수를 판 유다와 카이사르를 찌른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다. 기왕의 인간관계를 저버리는 것이 입신영달의 조건이 되는 세상은 슬프다. 사람들이 이 유혹에 그렇게 쉽게 무릎을 꿇는 것은 더 슬픈 일이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는 '유위유망(有爲有望)한 머리를 알코올로 마비 아니 시킬 수 없게 하는' 식민지 사회에 사는 한 지식인의 슬픔을 그렸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서 술을 배신으로 바꿔보았다.
"그 못쓸 사회가, 왜 '배신'을 권하는고!"
이재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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