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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도덕적 가치를 지키며 공동체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가 종종 하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도덕과 준법정신에 대해 배우며 커 왔지만 현실은 그 누구도 법의 촘촘한 그물망을 벗어나 살 수 없다.
대한민국은 헌법이 있고, 1천589개의 법률이 있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같은 시행령, 시행규칙이 3천631개나 된다. 지자체 조례나 규칙 같은 자치법규는 13만개가 넘는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모두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는 '법'이다. 오히려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순으로 보면 법률보다는 시행령이, 시행령보다는 시행규칙이 더 중요하다. 소위 '현장'은 법률이 아니라 시행규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헌법 제40조에 따라 법을 만든다. 정확히는 '법률'만 만든다. 현대사회가 세분됨에 따라 국회가 행정 절차와 집행 영역에 있어 구체적인 부분까지 규정하기 어렵고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 때문에 행정입법을 허용하고 있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령을(헌법 제75조), 국무총리에게는 총리령을(헌법 제95조), 행정 각부의 장에게는 부령을(헌법 제95조) 발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러나 국회가 위임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명확한 전제조건이 있다. 즉 행정입법은 국회의 고유한 입법권에서 파생되어 행정부에 제한적으로 부여된 권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는 종종 입법권자의 취지를 왜곡하거나, 위임 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률에 근거조차 없는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한계는 오직 법으로만 제한할 수 있는데, 시행령으로 하기도 한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넘어서는 행정입법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그리고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자 입법권 침해이다.
나는 6월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를 강화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그리고 국민을 위해 만든 법이다. 그런데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정부완박' '국정 발목꺾기'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비난했다. 법무부가 시행령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한다는 지적 이후에 발의되었다는 것과, 2015년 이 법으로 인해 공당의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어 밀어낸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잠시만 정파적인 감정을 배제해 보자. 위법한 시행령을 고치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떻게 위헌인가? 국회가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가 국회가 만든 법률을 무시하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고유한 입법권을 갖는 국회는 행정부가 행정입법을 올바르게 하고 있는지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행정부가 행정입법 권한을 남용하여 시행령, 시행규칙을 남발한다면 국회는 결국 더 많은 법률을 만들어 행정부의 행정입법 범위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행정입법 도입 취지를 무시한 행정부의 독주는 결국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결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행정입법 통제를 위한 국회법 개정은 그 대결을 피하기 위한 장치이다. 국회는 위법한 시행령을 고치도록 요청하고, 행정부는 그 조치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다. 국회가 행정부의 처리 여부에 대해 강제하지는 않는다. 국회의 입법권과 행정부의 행정입법 권한의 균형을 지켜야 국민이 법을 의식하지 않고도 편하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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