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케냐의 새 철도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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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5   |  발행일 2022-08-15 제21면   |  수정 2022-08-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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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케냐가 철도를 놓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이 철도부설의 투자·설계·시공을 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5년 전에 케냐의 케냐타 대통령은 몸바사에서 수도 나이로비까지 578㎞의 이른바 '표준궤간철도' 준공식에서 "새 철도는 몸바사에서 인접국 우간다까지 연결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나라를 중진 산업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공사는 중국이 아프리카에서도 항구·도로·철도를 건설하려는 1조달러 규모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이 공사는 공개입찰도 없이 업체가 선정되었고 타당성 평가도 케냐정부가 아니라 중국 계약업체가 했다. 얼마 후 중국이 철도를 우간다까지 이으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은 케냐에서 자금회수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궁지에 몰린 케냐 정부는 세금인상과 긴축재정을 실시하니 가뜩이나 식품 및 연료값 인상으로 어려운 국민은 비명을 질렀다.

무모한 계획과 부정부패가 큰 원인이었다. 최근 한 대선후보가 일갈했다. "케냐의 부채가 735억달러인데 국가 총생산은 1천억달러 조금 넘는다. 철도부설에 47억달러나 들었고 지난 9년 동안 외채는 다섯 배로 늘었다." 철도 놓을 돈으로 흥청망청 돈 잔치를 한 사람은 주로 정치지도자들이었다. 건설비 과다청구, 철도용지 허위보상 등 수법이 다양했다. 그래도 올곧은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이 매머드 프로젝트의 비리를 들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관계자들이 그를 호텔로 불러 30만달러를 던져보더니 다시 100만달러로 올려서 유혹했다. 2020년에 항소법원은 이 철도 관련 계약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지금 이 소송은 대법원에 가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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