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야외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야외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재구성하는 데 대해 "당헌 당규를 마음대로 개정하고 당무를 뒤흔들어 놓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맹폭했다. 대구 정치권을 향한 비판에 나서며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대구 시민들을 향해서는 "대구는 다시 한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 대구 정치인들에게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더 약해지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건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인용된 뒤 처음이다. 국민의힘이 추석 전 비대위 출범을 추진하자 '추석 밥상 민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 야외 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모두, 특히 국민의힘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에 대해 지적할 자유만큼의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적할 자유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 당연히 대통령인 당원도 당 대표의 행동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내부총질이라고 지적하고 그 모욕적인 내용을 회람할 수도 있다. 그것은 본질에서 동일한 자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연설 도중 감정에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금지곡'에 빗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해당 행위로 매도되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고, 노래 부르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수에게 노래 부르는 창법을 지적하던 그 세태, 바로 대한민국 정치가 지금 겪고 있는 아픔"이라며 "비유를 하면 조롱하고 비꼰다고 지적하고 사자성어를 쓰면 동물에 사람을 비유한다고 흥분하는 저 협량한 사람들에게 굴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금지곡을 계속 부르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는 지금은 모두에게 뼈저리게 와닿는 이야기다. 이를 미리 알리고자 했던 대구 출신 정치인을 배신자에 간신으로 내몰았던 그 광기에는 절대자에 대한 맹종만 있었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대구 출신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파문을 당했다. 그는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였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절대자는 절대 불행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당시보다 더 위험하다"고 직격탄을 날린 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 하나 참지 못해서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은 공부할 만큼 했는데도 지성이 빈곤한 것이겠나, 아니면 각하가 방귀를 뀌는 때에 맞춰서 시원하시겠다고 심기 경호하는 사람들이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 전 대표는 대구 정치권을 향한 비판에 나서며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그는 "오늘 저는 대구의 정치문화를 비판하고 변화와 각성을 요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지금 대구의 정치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냐"라며 "세금에 허덕이고 고생할 국민을 위해 자기 이야기를 하던 정치인은 배신자로 몰고, 대구시민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치인들은 오늘도 초선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전위대가 되어서 활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사자성어만 보면 흥분하는 우리 당의 의원들을 위해서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지록위마"라면서 "윤핵관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을 때, 왜 초선의원들이 그것을 말이라고 앞다퉈 추인하며 사슴이라고 이야기한 일부 양심있는 사람들을 집단린치하느냐"고 했다.
이 전 대표는 1996년 치러진 제 15대 총선 당시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자민련이 대구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일도 소환했다. 그는 "1996년, 대구는 이미 정치권에 죽비를 들었던 적이 있다"면서 "(대구 정치인들이) 공천 한 번 받아보기 위해 불의에 귀부한다면 대구도 그들을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하려드는 상황에서 그 앞줄에 선 대구 의원이 있다면 준엄하게 꾸짖어 주시라. 그리고 고쳐 쓰지 못한다면 바꿔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들에게 심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 |
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야외콘서트홀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윤석열 대통령도 후회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저는 '윤통'이 작금의 상황에 대해 후회할지 안 할지 예단하고 싶지 않다"며 "모든 것은 부메랑"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장에는 이 전 대표를 보기 위한 시민·지지자 등 50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이 전 대표의 연설 중간중간 '이준석'을 연호하거나 "힘내라" "잘하고 있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