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안 돼 설마했는데"…함께 지하주차장 내려간 부부 참변

  • 마창성,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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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7 15:27  |  수정 2022-09-08 08:17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아들과 며느리 "왜 거기 계세요" 오열

연락 안 돼 설마했는데…함께 지하주차장 내려간 부부 참변
7일 오전 10시30분 현재 태풍으로 침수피해를 입은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배수작업이 약 80퍼센트 진행되고 있다.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연락이 되지 않아 설마했는데…"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로 숨진 남모(72)씨 부부의 아들과 며느리는 7일 오전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왜, 거기 계셔요"라며 오열했다.

이들은 "5일 밤에 통화했을 때도 태풍 피해 걱정하지 말라고 되려 안심시켜 주셨다. 그런데 6일 아침에 연락이 닿지 않아 50번 넘게 전화를 했다 "며 "설마설마했는데 주검으로 다시 뵙게 됐다"고 통곡했다.

아들은 "엄마가 물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며 한 문상객을 끌어안고 울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남씨 부부의 손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내라"며 함께 온 외할머니 품에 안겨 흐느꼈다.

남씨 부부의 영정 속 사진에는 남편은 한복 차림, 아내는 흰 양장을 입고 다정스럽게 정면을 보고 있어 장례식장을 찾은 유가족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조문을 온 친인척들도 "이런 날벼락이 어디있냐"며 안타까워했다. 노부부는 지난 6일 오전 "지하주차장의 차량을 이동하라"는 방송을 듣고 함께 지하로 갔다가 변을 당했다. 차를 옮기기 위해 부부 중 어느 한쪽만 내려가도 됐지만 서로를 아꼈던 노부부는 같이 지하로 갔다.

부부는 오래 전부터 사고가 난 아파트에서 살았던 만큼 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일은 꿈에도 생각못했을 것이라고 문상객들은 전했다. 남씨 부부의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을 찾은 사돈 부부는 "두 가족이 모두 포항에 살아 같이 식사도 자주하고 했었는데 허망하게 이별하게 됐다"고 했다.

전날 밤 지하주차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김모(52·여)씨의 아들 김모(14)군은 숨진 채 발견돼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음을 더하고 있다.

이날 오전 장례식장을 찾은 김 군의 큰아버지는 "아이와 엄마랑 둘이 차를 빼러 갔는데, 엄마는 주차장에서 나왔지만 아들은 결국…"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본인도 충격이 큰데, 어떻게 아들의 죽음을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 엄마는 아직 아들의 죽음을 모른다"고 덧붙였다.

 

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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