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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진 지난 6일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제방 역할을 하는 도로를 넘어 범람한 물이 낮은 지대에 있던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왼쪽에 냉천, 오른쪽에 아파트가 보인다. 김기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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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이동을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가 7명의 주민이 숨진 채 발견된 포항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입구 모습. 침수된지 만 하루가 지난 7일 오전에도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김기태 기자 |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포항 오천지역에서 냉천과 맞붙은 다수의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긴 것으로 파악됐다.
7일 포항시에 따르면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과 인덕동에서 6곳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다. 오천읍과 청림동의 연립주택 지하층 2곳과 소규모 아파트 지하주차장 2곳도 물에 잠겼다.
지하주차장 등의 침수 피해를 본 이들 아파트의 공통점은 오천읍 냉천과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냉천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 갈평리에서 발원해 오천읍 중심부를 가로질러 인덕동, 청림동을 거쳐 동해로 유입되는 지방 2급 하천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주민 7명이 숨진 A아파트도 냉천 제방과 맞붙은 4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다.
태풍이 최근접한 지난 6일 새벽, 오천 등 포항에는 시간당 최고 80~100㎜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사고가 난 이 아파트 관리실이 차량 이동 안내 방송을 할 당시인 오전 6시쯤만 해도 침수 상태는 심하지 않았지만, 냉천이 범람하면서 10여 분 만에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겼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민들이 차량 이동을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으나,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이 아파트 입구 도로가 제방 역할을 했으나, 제방을 넘어 범람한 물이 낮은 지대에 있던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냉천은 평소에는 하천의 모양만 갖는 건천인데, 폭우가 쏟아져 냉천의 수위가 높아졌고 만조까지 겹치면서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해 인근 아파트로 범람했다.
주민 7명이 숨진 A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냉천 제방과 맞붙은 도로 옆에 있는 오천에 있는 B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지난 6일 주민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오천읍 냉천을 따라 지어진 C아파트(435세대), D아파트(219세대), E아파트(229세대)의 지하주차장도 물에 잠겨 수백여 대의 차량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이 밖에도 각 100여 세대인 청림동 F·G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침수됐고, 청림동과 오천읍의 연립주택 2곳의 지하층이 물에 잠겼다.
한 건축 전문가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배수장치는 호우 등으로 밀려드는 다량의 물을 빼는 장치가 아니다. 지하에 설치된 집수장으로 모여진 소량을 물을 뽑아낼 정도의 배수 용량을 갖춘 게 대부분이다"며 "여러 명의 생명을 앗아간 A아파트의 경우, 냉천에서 순식간에 불어난 물이 제방과 도로를 넘어 저지대에 있는 지하주차장으로 밀려들면서 피해가 났다. 냉천 인근의 다른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침수 피해도 같은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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