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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 복지회관에서 만난 이재민들. 김기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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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 복지회관 2층에 설치된 임시 대피소. 비좁은 공간에 텐트가 가득 차 있다. 김기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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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가 할퀴고 간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주택가.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는 살림살이가 골목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김기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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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가 할퀴고 간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주택가.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는 살림살이가 골목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김기태 기자 |
"집안이 온통 뻘밭이다. 복구는 엄두를 못 낸다. 추석 명절은 대피소에서 지낼 수밖에…."
8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 복지회관에서 만난 이재민 이모(87)할머니는 추석 명절을 어떻게 보내냐고 묻자 체념하듯 말했다. 복지회관은 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한 직후인 6일 오후부터 주민대피소가 됐다. 복지회관 1층 대강당은 물론 2층 소회의실까지 2~3인용 텐트 40여개가 가득 차 있다.
사흘째 머물고 있는 이 할머니는 "평생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는 일"이라며 "폭우와 바람이 퍼붓던 그 날(6일) 혼자 집 안에 있는데 너무 겁이 났다.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라는 소리에 차를 얻어 타고 대피소로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제 딸과 함께 집에 갔더니, 새로 장만한 장롱은 물론이고 살림살이가 성한 게 하나도 없었다. 이번 추석 명절은 대피소에서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텐트에 함께 있던 이웃 주민인 장모(87) 할머니도 "우리 집도 엉망진창으로 변했다. 추석 밑인데, 자식들이 잘 살고 있으면 아들네로 가겠는데 그렇지도 못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이재민 문모(82) 할머니는 "태풍 이후에 집에 온 아들이 '엄마 안 다쳐서 다행'이라며 눈물을 흘리곤 갔다. 지금 우리 집에는 이불 한 장 남은 게 없다. 냉장고고 뭐고 성한 게 없다. 방안이 온통 진흙투성이다"며 힘없이 말했다.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26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송면 다목적 복지회관에 102명, 인근 교회에 마련된 대피소에 80여 명이 머물고 있다. 대피소가 부족해 대기하는 인원이 70여 명에 이른다.
대피소 주변 상황도 녹록지 않다. 복지회관 입구에는 강한 물살에 떠밀린 차량 50여 대가 여전히 뒤엉킨 채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묶여 있다.
대피소 내부는 빼곡히 들어찬 텐트와 6개의 화장실은 이재민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주로 어르신들이 많다.
한 주민은 "이불 없이 어젯밤을 보냈다. 바닥도 한기가 올라오는 등 환경이 열악하다. 갈 곳이 없다 보니 버티고는 있는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글·사진=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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