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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1리의 소하천둑이 이번 태풍 영향으로 모두 무너졌다. 폭우가 쏟아지기 전 오른쪽 비포장 길은 하천둑이었다.김기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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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에서 한 농부가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폭우로 하천둑이 무너지면서 범람한 물이 인근 논과 밭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김기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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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 한 논이 범람한 물에 잠기면서 쑥대밭으로 변했다.김기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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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골목길 모습. 몇 일 전만해도 이곳에는 침수된 가재도구와 전자용품이 가득 차 있었다.김기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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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골목길 모습. |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운제산 자락에 있는 운제산 산림욕장을 향해서 차를 몰았다.
포항 영일만 우회도로에서 빠져 대각1리로 진입해 가장 먼저 보인 건물은 지역에선 꽤 유명한 온천장. 온천장을 바로 앞에 있는 소하천이 이번 폭우로 범람하면서 목욕탕 내부와 지하까지 물이 찼다고 한다. 현재 영업이 중단됐다.
소하천을 끼고 만든 도로 주변에는 응급 복구의 흔적이 남아 있다. 토사와 암석을 쌓아 만든 둑이 수십 미터 길이로 놓여 있다.
평소에는 물길만 있던 건천이던 소하천이 태풍 때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곳곳에 산사태 흔적도 보였다.
조금 더 위쪽으로 가자, 칼국수와 닭백숙이 유명한 식당이 보였다. 하지만 식당 내부에는 진흙이 가득 차 있다. 식당 주인은 "태풍이 오는 날 새벽, 식당 집기 일부만을 건져내고 가까스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며 "침수된 식당 바로 옆 건물에서 영업 중이지만 예전만 못하다"고 털어놨다.
식당 앞 다리 인근의 둑은 모두 무너져 임시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다리를 건너 산림욕장으로 향했다. 침수 피해를 본 서너 세대에서 꺼낸 물에 젖은 가재도구가 잔뜩 쌓여 있다. 주변의 밭도 물에 휩쓸린 모습이다.
임시 복구한 흔적은 보였지만, 비포장으로 변한 길을 승용차로는 더는 진입할 수 없었다.
대송면 복지회관으로 넘어가는 도중 자갈밭으로 변해 버린 논이 보였다.
농민 A 씨는 "논 옆에 있던 둑이 무너져 하천이 범람했다. 이 바람에 논과 밭이 자갈밭으로 변했다"며 "움막으로 쓰이던 컨테이너가 수십 미터 밀렸다"며 손가락을 논 가장자리에 있는 컨테이너로 향했다. 이어 "밭에 있던 작물은 못쓰게 됐다. 밭둑을 복구해야 하는 데 포항시가 복구 작업을 해주지 않아서 몹시 화가 난다"면서 "나도 피해를 봤지만, 더 큰 피해를 본 사람들 때문에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과 상가 90% 이상 침수 피해가 난 대송면 제내리는 침수된 가재도구와 전자제품을 치우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다. 해병 대원과 자원봉사자의 복구 작업 덕분에 복지회관도 정리된 모습이었다.
골목마다 엄청나게 쌓여 있던 가재도구는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100여 명의 해병 대원들이 마무리 복구 작업을 위해서 빗자루를 들고 골목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쓰레기는 치워졌지만, 이재민들은 대송면 복지회관에 머물러 있었다.
9일째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 이재민 이모(87) 할머니는 "온몸이 아프다. 오늘도 자식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다녀왔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침수된 가재도구를 빼는 작업은 거의 마무리됐다. 다만, 침수 세대가 장판과 도배를 하기 위해서는 건물이 완벽히 건조돼야 한다. 몇 일 내로 이재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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