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천서 범람한 흙탕물 공장 들이닥쳐...인근 공단 1단지 침수피해 집중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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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6  |  수정 2022-09-15 22:12  |  발행일 2022-09-16 제3면
포항철강공단내 100여개 기업도 막대한 침수피해…기업 이미지 2차 피해까지 '속앓이'

"추석 명절 차례를 지내면서 전화를 받아야 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공단 내에 있는 기업들의 침수 피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5일 포항시 남구 철강로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의 태풍 피해 접수를 받는 한 직원은 태풍 피해 이후의 며칠을 설명하며 앞으로 늘어날 기업의 피해를 걱정했다.

 

산업단지 내 기업의 침수 피해 현황을 듣기에 앞서 관련 기관에 서류를 보내야 한다는 그를 꽤 오랜 시간 기다렸다. 그 사이에도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태풍 피해가 난 지 10일째이지만, 이 곳은 여전히 정신없이 바빴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이외에도 포항철강공단 내 100여 개 기업들이 막대한 침수 피해를 봤다.

 

15일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공단 내 362개 공장 가운데 111곳이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봤다. 침수 피해가 92곳이고 시설물 파손 19곳(산사태 13곳 포함) 등이다.

 

피해가 집중된 곳은 칠성천 인근에 있는 공단 1단지다. 칠성천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공장을 들이닥쳤다. 내부에 있던 기계가 망가지거나 작동이 멈췄다. 지하에 각종 설비 장비가 집중된 탓에 피해는 더욱 컸다.

 

추석 이전만 하더라도 수해 폐기물이 공단 곳곳에 널려 있었다. 도로도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이날 도로는 거의 정리됐고, 폐기물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침수된 공장 내부의 기계들이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공단 내 A 회사는 현재까지 공장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전 직원이 매달려 복구 작업을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공장 라인 곳곳에 진흙이 남아 복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업이 정상화되는 데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A사 관계자는 "현재 복구에 전 직원이 투입된 상황이다. 복구 완료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 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을 재가공하는 또 다른 지역의 기업들도 소재 부족을 걱정하며 애를 끓이고 있다.

 

외장용 강판을 생산하는 또 다른 B 회사는 생산라인은 물론이고 제품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났다. 

 

용접봉 생산업체인 C 사는 설비 생산 라인이 물에 잠겨 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포항철강공단 내 많은 공장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회사들은 피해 노출을 꺼린다. 기업 이미지 훼손 등 2차 피해가 오히려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장사인 A 회사는 태풍 피해 소식이 난 다음날 주가가 약 4% 빠지기도 했다.

 

포항철강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단을 관리하는 우리조차도 기업들의 실질적인 피해를 집계할 수 없다"며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을 기업들이 꺼리고 있다. 기업 이미지 추락과 거래처 변경 등 2차 피해가 생길까 봐 기업들이 피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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