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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로 포항을 휩쓸고 갈 당시 물에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일대 .<독자 제공> |
태풍 '힌남노'로 인한 경북 포항의 유례없는 피해가 2016년 울산을 덮친 태풍 '차바'와 유사해 바다를 낀 해양도시에 대한 정부차원의 방재시스템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동해안에 인접한 포항, 울산은 국가 기간산업이 위치한 핵심 산업도시다.
19일 포항시에 따르면 2016년 10월 울산 태화강이 범람해 도심이 마비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준 차바와 포항을 쑥대밭으로 만든 힌남노의 특징은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와 만조 시기가 겹쳤다는 점이다.
차바 내습으로 울산에서는 2천968건의 주택 침수에다 포항과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 공장 라인이 물에 잠기는 등 많은 기업들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시간당 최대 139㎜의 '물 폭탄'을 맞았고, 만조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울산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이 저지대에 형성돼 있다.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만조 영향을 크게 받는다.
차바 때의 울산과 유사하게 포항에서는 힌남노로 인해 지난 5, 6일 피해가 집중됐던 동해면(541㎜), 오천읍(509.5㎜), 대송면(453㎜)을 중심으로 최대 500㎜ 이상의 집중호우가 퍼부었다.
포항지역도 당초 오전 10시가 만조 시기로 만조 수위는 37㎝로 예보됐지만, 엄청난 비로 인해 이미 오전 6시 57분에 바닷물의 최고 높이는 예상보다 1m나 높은 142㎝에 이르면서 강물이 바다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도심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다의 만조 상태에서는 태풍 기압이 낮을수록 , 먼 바다에서 내륙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할수록 해수면이 더 높아지면서 결국 바닷물은 하천을 거슬러 역류한다"며 "이때 상류로부터 흘러내린 큰 강물과 충돌하면서 솟구쳐 폭포수와 같은 엄청난 물이 순간적으로 강 밖으로 넘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이는 대홍수 발생 시 서서히 넘치는 일반 하천의 범람 형태와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바로 이런 현상이 포항 냉천 범람 당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가기간산업이 위치하면서 바다와 인접한 공업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가진 울산과 포항이 태풍으로 인한 기록적인 폭우와 만조시간이 겹치면서 큰 피해를 입은 사례를 볼 때 태풍 등으로 인한 폭우와 만조 시기를 연계한 새로운 방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만재 포항지역사회복지연구소장은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천재지변에 의한 자연재해와 효과적인 하천재난 위험 관리체계 작동 미비 등의 복합적 재난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면밀한 분석을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국가방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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