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자폐인이 인식하는 세계를 자폐인이 직접 써 내려간 이야기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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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3   |  발행일 2022-09-23 제15면   |  수정 2022-09-23 07:44
자폐증을 자신의 특징 중 하나로 설명

약속준비·공황 등 유머러스하게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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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 쇼바네크 지음/이정은 옮김/현대지성/304쪽/1만6천500원

저자는 만 6세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지적 능력이 없다는 판정도 받았다. 청년이 되어선 카페에 들어가거나 빵을 사는 일이 그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지하철을 타거나 약속장소에 가는 일도 그에게는 험난했다. 그런데도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를 통과하고, 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 독일어, 핀란드어 등을 구사하며, 프랑스 명문대 시앙스 포(Sciences Po·파리정치대학)를 졸업한 후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책은 자폐인이 인식하는 세계를 자폐인이 직접 써 내려간 이야기다. 자폐 스펙트럼 중 하나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저자는 자신을 세상의 어떤 틀에도 끼워 맞출 수 없다는 걸 느낀다. 어쩌면 서글픈 이야기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거나 약속 장소에 가기 전 어마어마한 준비과정, 조금이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느끼는 공황 상태 등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은 듯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평소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능력이 정말 그렇게 인정받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자폐 유무와 상관없이 사람은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과 그 존재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나는 자폐증과 함께 산다"라고 말한다. 자폐증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장애가 아닌, 자신을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을 '자폐인'이 아닌 '자폐증을 지닌 사람'으로 표현한다. 이는 자폐증을 어딘가에 두고 올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 자폐증은 그의 키가 195㎝고, 체코 출신 프랑스인이라는 것처럼 여러 특징 중 하나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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