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동행취재기⑤…'부실외교·욕설'에 빛바랜 경제성과

  • 정재훈
  • |
  • 입력 2022-09-25   |  발행일 2022-09-26 제4면   |  수정 2022-09-25 18:49
2022092601000749300032011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092601000749300032012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092601000749300032013
윤석열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맥도날드경 빌딩에서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간의 두 번째 해외 순방을 마무리했다.
비행만 다섯 차례, 40시간여를 타는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홀대 논란'과 정상회담 조율 실패,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까지 겹치면서 두 번째 순방은 '외교 참사'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대통령실 외교라인의 반성이나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 숨 가쁜 경제 성과
대통령실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순방에 대해 "자유와 연대를 골자로 한 대외정책을 국제사회에 알렸고 미국·일본과 주요 현안을 해결했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 측은 이번 순방 성과를 5개 분야(△자유를 위한 국제연대 강화라는 대외정책 핵심기조 각인 △ 미·일·독 정상과 협의를 통해 주요 현안 해결 및 신뢰 구축 도모 △세일즈 외교 본격화·첨단산업과 스타트 업 투자 유치 △핵심 광물 및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과학기술과 미래성장산업의 협력 기반 구축)로 요약했다.

대통령실은 주요 성과 가운데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변환기 국제문제 해법으로 자유와 연대를 제시하고 주요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 기여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제시했다.
첫 일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국왕 조문을 놓고서는 "국장에 참석하고 찰스 3세 국왕과의 환담, 리즈 트러스 총리와의 상견례를 통해 자유 세계와의 연대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영국 측은 윤 대통령의 국장 참석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야권이 참배 일정 무산을 이유로 '조문 취소' 공세를 이어가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순방국인 캐나다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해 양국 관계의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서 이뤄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3차례 만남을 "한미정상회담"으로 소개하며 "미 인플레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유동성 공급장치 포함), 대북 확장억제 관련 정상 차원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순방에서 정상회담은 사실상 한국-독일·한국-캐나다밖에 없어 '외교 부실'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환담도 광의의 회담이라 틀린 표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일정상회담을 두고서는 "일본과는 2년 9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해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며 "한일 양국은 외교당국간 협의 가속화 및 정상 차원의 지속적인 소통을 해 나가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한독 정상회담의 성과로는 공급망 등 경제안보 협력 확대 합의, 한반도·우크라이나 문제 등 지역·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를 꼽았다.

대통령실은 순방의 경제 성과를 '세일즈 외교'라고 강조했다. 7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총 11억5천만 달러(약1조6천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며 "이는 2002년 이후 대통령 순방시 유치한 신고 금액 중 역대 최대"라고 부각했다. 또 한미 간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 실행을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며 사실상 '한미 통화 스와프' 실행에 한 발짝 나아갔음을 설명했다. 핵심 광물 및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관련해선 투자유치와 함께 한·캐나다 정 부간 핵심 광물·공급망 협력 MOU를 조만간 체결할 계획이며, 양국 정상 간 수소·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 협력 강화 합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 외교라인 정비 목소리 이어질 듯
이번 순방 일정은 수면 시간 보다 비행시간이 많을 정도로 숨 가쁘게 진행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정신없다" "(스페인 순방에 비해) 이번이 더 힘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이번 순방은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조문 취소 논란의 경우 폐쇄된 현지 교통 문제가 발목을 잡았으나 이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외교 라인'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일정상회담의 개최와 방식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의제 없는 약식 회담 개최 외에도 정부 외교가 일본에 끌려가는 모양새였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일본의 행사장으로 윤 대통령이 찾아가는 모양새 역시 야당의 비판을 낳았다.

한미정상회담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일정 자체가 바뀌면서 변수가 됐다. 통상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비동맹국가를 대표해 브라질 정상이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서고 이어 개최지인 미국 정상이 연설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전날 기조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48초 동안'의 회동에서 우리 측 현안을 전달했다고는 하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모든 이슈가 묻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 성과를 토대로 '내치'에 속도를 내려던 윤 대통령의 구상은 핵심 국가들과 정상 외교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과 함께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힘이 빠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귀국 다음 날인 25일 이날 서초동 자택에 머무르면서 참모진으로부터 순방 기간 국내 현안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첫 정기국회를 맞아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관계를 회복하려던 계획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수이지만 비속어 논란에 대상을 야당으로 규정한 만큼 전망은 밝지 않다는 평가다. 때문에 순방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여야 대표 간의 만남도 기약없이 미뤄질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