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실 비속어 논란에 "허위보도·동맹훼손" 반박…진상조사 목소리도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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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6   |  발행일 2022-09-27 제4면   |  수정 2022-09-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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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미국 뉴욕 방문 기간 불거진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허위보도'와 '진상조사'까지 언급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날 대통령실 역시 앞서 뉴욕 현장에서 밝혔던 유감 표명이나 해명보다는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이 이번 논란을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상규명 언급…비속어 발언까지 부정
윤 대통령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후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첫 출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 세계 2~3개 초강대국을 제외하고 자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자국의 능력만으로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며 "그래서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에는 동맹이 필수적"이라고 동맹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야당)를 뜻하는 것이라는 김은혜 홍보수석의 순방 기간 해명을 직접 재확인한 셈이다. 즉 이런 언급은 비속어 논란이 사실이 아니며 한미동맹에 부정적이라는 취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또한 진상 조사를 이야기한 것은 사실상 논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넘어 '대응'을 시사한 셈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나서서 진상조사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은 녹록치 않다"면서 "여당 등에서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서 허위 보도는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사건이 벌어진 뒤 13시간이 지나 해명이 이뤄진 것을 두고 "모두가 사실이 무엇인지 기다렸다면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13시간 이후에 해명한 게 아니라 순방 기간 아까운 13시간을 허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을 겨냥한 답변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은혜 홍보수석은 "거친 표현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사실상 인정했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 기억에는 야당을 겨냥한 답변 아니었다고 기억한다"며 "야당을 지목했다는 것만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XX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짧은 환담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회의장을 떠나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취재진의 영상에 포착됐다. 당 초 '바이든이 쪽 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가리킨 것이라고 밝혔다.

◆ 야권 외교참사에 정면대응 택했나
윤 대통령의 발언은 여권 내에서 이번 논란이 왜곡 보도됐다면서 MBC를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야권이 '외교 참사' '국격 훼손'이라며 공세 수위를 계속해서 끌어 올리자, 윤 대통령도 정면 대응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 귀국 직후 여권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왜곡 보도 즉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귀국 바로 다음 날(25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가짜뉴스 근절'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실제로 이날에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상대책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하며 MBC를 규탄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응에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자유·연대의 국정 기조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미·일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중요 현안을 해결했다고 자평하는 외교성과가 '비속어 논란'에 묻히고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에서 불거진 외교안보라인 문책론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데는 "야당의 파트너인 여당에서 답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순방 성과에 대해 설명하며 "지난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너무 많이 퇴조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일관계 정상화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 본인이 한미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면서 현안 해결에 기대를 표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을 순방에서 가장 중요했던 일로 꼽으며 "자유·인권·평화·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이행하고 국제 연대를 강력하게 지향한다는 국정 기조를 세계에 알렸다"고 자평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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