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과 10만 상자 한번에 보관…지역 최대규모 선별·저장시설 '자랑'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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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3 07:14  |  수정 2022-10-13 07:25  |  발행일 2022-10-13 제11면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5] 영양사과 유통의 중심…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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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 입암면 방전리에 있는 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내부에 선별 과정을 거친 사과가 박스채 쌓여있다. 연간 700t이 넘는 사과를 처리하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영양 사과 유통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영양 사과는 전국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사과 재배에 최적화된 자연 환경과 기후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양사과의 품질이 뛰어난 것과 달리 명성을 얻지 못했다. 사과가 영양의 특산물 중 하나인 것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지역에 비해 사과 재배가 본격화된 기간이 짧은데다 브랜드화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최근들어 영양사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시장에서 품질이 뛰어난 '가성비 좋은 사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영양군은 앞으로 판매와 유통 구조 개선에 집중해 영양사과를 전국적인 히트상품으로 키울 심산이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5편에서는 영양 사과 유통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사과 재배 농가를 지원하는 영양군의 다양한 지원사업도 다룬다.

사과 색상·중량·당도 등 모든 선별과정 자동화…직원들 최종검수 후 판매
가성비 甲 사과로 입소문 타 매년 700t이상 처리…전국적 히트상품 발돋움

재배농가에 컨테이너 상자 직접 전달해 큰 호응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어"
사과재배 후발지 부담 떨치기 위한 郡 고품질 과실생산 지원사업 등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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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라인에 사과를 넣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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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공정을 모두 마친 사과는 상자에 담겨 저온 저장고로 옮겨진다.
◆영양 사과 선별과 유통의 중심

지난 11일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에 있는 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앞마당에는 플라스틱 컨테이너 상자와 이를 받쳐줄 플라스틱 팰릿이 가득 쌓였다. 곧 몰려들어 올 사과를 운반할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18㎏짜리 사과 10만 상자를 한꺼번에 보관할 수 있는 저온창고와 선별장도 청소는 물론 소독까지 마친 상태였다.

이곳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지역 최대 규모의 사과 선별·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선별 공정은 모두 자동화로 이뤄진다. 선별기에 사과를 넣으면 색상과 중량·당도·내부 이상 유무를 파악해 자동으로 선별된다. 직원들은 최종 검수만 하면 된다. 검수를 마치고 포장된 사과는 저온창고로 옮겨진 뒤 판매로 이어진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처리하는 사과는 매년 700t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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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공정 뒤 육안 선별 과정.
"최근 저온창고와 선별장 청소하고 소독하느라 엄청나게 바빴어요. 지난해에는 10월25일 첫 사과가 들어왔는데, 보통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흘 동안 엄청난 양의 사과가 들어옵니다." 강성철(40) 농산물산지유통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영양군 석보면 출신으로 남영양농협에서만 13년째 일하고 있다.

영양에 자리한 2개 농협 가운데 영양농협은 영양읍 등 4개 읍·면을, 남영양농협은 석보면과 입암면을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영양농협은 고추, 남영양농협은 사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남영양농협 직원은 36명으로 이 중 3명이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근무한다.

1999년 준공된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사과를 생산하는 작목반인 영양군사과연합사업단으로부터 사과를 수매해 위탁 판매하고 있다. 영양군사과연합사업단 회원 농가로부터 사들인 사과를 선별·포장한 뒤 개별 소비자나 도소매상에게 제값을 받고 대신 팔아주는 것이다.

영양군사과연합사업단은 지역 최대 규모의 사과 생산 작목반이다. 한때는 300명의 회원이 활동할 정도였다. 영양 전체 사과 재배농가가 700여 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규모다. 지금은 농가마다 선별기·저온창고를 갖추고 있는 데다 택배 거래가 늘며 작목반 회원이 줄었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사과 재배농가의 편의를 위해 플라스틱 컨테이너 상자를 직접 농가마다 가져다준다. 농민들이 여기에 수확한 사과를 실으면 트럭으로 상자를 다시 농산물산지유통센터로 가져온다. 이 시스템은 영양군사과연합사업단 회원 95%가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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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문인 최종 검수 작업.
"농가들이 너무 편하다고 좋아해요. 사실 농민 입장에서 빈 상자를 과수원까지 가져갔다가 다시 여기로 실어 오는 게 힘들거든요. 농민은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죠." 강 센터장의 영양사과 자랑이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인 청송과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영양에서 사과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 바로 청송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석보면과 입암면이다. 지난해 기준, 영양 사과 전체 재배면적(577㏊)의 70%가 석보(209㏊)·입암면(194㏊)에 쏠려있다. 행정구역상 명칭만 다를 뿐 청송과 거의 같은 자연환경과 기후여건을 가진 지역이다.

석보면과 입암면은 해발 250m 이상인 고산지대다. 석보면에는 해발 600m가 넘는 곳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도 있다고 한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간지역, 높은 일교차, 풍부한 일조량 등 사과재배에 최적화된 환경 조건이다.

"사실 영양고추가 너무 유명하다 보니 사과가 주목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영양은 청송과 비슷한 환경 조건을 지녀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맛있는 사과가 나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서 소비자에게는 가성비 좋은 사과로 인식돼 재구매율이 높은 편입니다." 강 센터장이 부연 설명했다.

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전경
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전경.
◆반사필름구입 등 다양한 지원

영양은 사과 재배 후발 주자다. 전통적으로 고추와 담배가 특산물이었으나 1990년부터 사과 재배가 급속도로 늘었다. 온난화 영향으로 사과 재배 최적지가 북상했기 때문이다. 이후 사과는 영양에서 고추 다음으로 많은 소득을 올리는 특산품이 됐다. 영양 사과는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이 좋아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모은다.

영양군도 사과 재배농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규 과원조성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새롭게 사과 등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에게 ㏊당 지주시설은 1천400만원, 관수시설은 500만원, 비가림시설은 4천만원을 보조한다.

사과 재배에 필요한 각종 장비나 시설을 지원하는 사업도 다양하다. 우선 '농가형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은 저온저장고를 갖추려는 농가에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평당 250만원을 지원해 준다. 또 승용 예초기나 다목적 리프트기·과수전용방제기 등 장비 구입비를 지원하거나 △휴대용 비파괴 당도 측정기 △과실선별기 △과수 이동식저온저장고 △과일 신선도 유지기 등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당도측정기와 선별기, 저온저장고는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각각 대당 165만원·300만원·300만원씩을 보조해 준다. 신선도 유지기도 본인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면 크기에 따라 125만~320만원을 지원한다.

고품질 사과, 배를 위한 사업으로는 농가에 착색봉지나 반사필름 구매비 절반을 지원하는 '고품질 과실생산 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친환경 사과적화제 구입비와 과실 장기저장제 설치비의 50%를 지원해 주는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이외에도 영양군은 사과의 수급 안정과 적정가격 유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 놨다. 바로 '저품위 사과 시장격리 수매 지원사업'이다. 저품위 사과를 가공용으로 출하할 때 가격 일부를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수매기관은 대구경북능금농업협동조합이다. 영양군은 올해 20㎏짜리 2만3천 상자의 저품위 사과를 수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영양군은 8천5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놨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제공
공동기획 :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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