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12] 친환경 농업…전국 최초 껍질째 먹는 사과 생산…1천여 농가 GAP인증 획득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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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8 07:13  |  수정 2022-10-18 07:15  |  발행일 2022-10-18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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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 파천면 옹점리에 있는 청신농원에서 김영락씨가 자신이 키우는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김씨의 농원은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사과 꼭지와 잎을 제거하지 않고 반사필름도 사용하지 않는 '3무 시범포 단지'로 운영되고 있다.

농업 분야에도 친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먹거리를 주로 생산하는 만큼 다른 어떤 영역보다 민감한 분야가 농업이다. 앞으로의 농업은 경제성은 차치하고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와 환경 보전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하다. 청송도 일찌감치 친환경 농업에 주목하고 전국 최초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내놓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재배기법을 통해 '건강한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가도 차츰 증가하는 추세다. 청송군도 지역 농·특산물의 친환경 이미지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12편에서는 친환경을 실천하는 농업인과 청송군의 지원정책을 소개한다.

'3無 시범포 단지' 지정 지역 사과농가
잎·꼭지 안 따고 반사 필름도 안 써
농약 최소화…농경지·용수까지 관리
"예쁜 상품보다 먹거리 안전 더 중요"

郡, 친환경 농업 육성 위한 정책 다양
유기질 비료 구입·판로 확대 사업 등
올해에만 관련 지원사업 28개 달해


◆환경 보전 농사가 세계적 추세

지난 11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옹점리에 있는 청신농원 입구. '저농약 농산물(사과)'이라고 적힌 푯말이 눈길을 끈다. 농원 안으로 들어서자 또 다른 표지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3무(無) 시범포 단지'. 사과나무에 걸린 안내판이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나부낀다.

'3무'란 잎을 따지 않고, 꼭지를 제거하지 않으며, 반사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사과 재배 방식을 뜻한다. 실제 청신농원은 다른 과수원에 비해 사과나무마다 잎이 무성했다. 제초제도 거의 쓰지 않아 과수원 곳곳에는 풀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청신농원을 운영하는 김영락(49)씨는 5.29㏊(1만6천평) 규모로 사과 등 농사를 짓고 있다. 사과는 후지와 시나노 골드 품종을 재배한다. 그는 경남 창녕에서 일하다가 2003년 가족과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시작했다.

귀농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농장에서 자란 사과는 저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저농약 농산물이란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기준량의 절반 이하만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이다. 그가 저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을 당시만 해도 지역에선 흔치 않은 경우였다. 그만큼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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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농원에서 생산되는 후지(위쪽)와 시나노 골드 사과는 GAP 인증을 받았다. 나뭇잎을 인위적으로 제거하지 않아 사과의 당도가 높고 껍질 색도 자연스럽다.

이후 저농약 농산물 인증 제도가 사라지고 2006년 GAP 인증제도가 생겨나면서 GAP 인증도 획득했다. GAP는 'Good Agricultural Practices'의 약자로 '농산물 우수 관리제도'를 뜻한다. 농가나 생산자단체가 농업환경과 유해물질을 중점 관리하고 전문기관이 이를 인증해 주는 제도다.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농업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농산물의 생산·수확·유통 등의 단계에서 농경지·농업용수·농약·중금속·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도 받았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은 농업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윤리적 소비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다. 저탄소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선 농약·화학비료·살충제 등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땅을 갈아엎지 않는 등 기계적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고,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 또 사전에 친환경 농산물(유기농산물·무농약 농산물)이나 GAP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농부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올여름에만 청송에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를 중심으로 136개 농가가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획득했다.

김씨는 사과 농사를 지으며 농약과 제초제·화학비료를 최대한 적게 사용한다. 반사필름 등 농자재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다. 직접 풀을 치는 초생재배를 하고,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이용하거나 객토하는 게 일상이다. 친환경 농업은 '농부의 뼈를 갈아 넣는 농사'라 불릴 만큼 고된 일이다.

사실 국내 농산물 시장은 친환경 농업이 확산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안고 있다. 보기 좋은 상품만 제값을 받는 유통구조 문제가 가장 크다. 사과를 예로 들면 나무의 잎이 많으면 많을수록 영양소가 열매에 공급돼 사과의 당도가 올라가고 껍질도 자연스레 붉어진다. 하지만 잎에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하는 열매가 새빨갛게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업인들은 잎을 따고 대신 반사필름을 깐다. 또 사과 꼭지를 제거하면 수분이 빨리 증발해 저장성이 낮아지는데도 도매상들은 상품성 보존과 포장성 등을 이유로 꼭지 없는 사과를 선호한다.

김씨는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꼭지와 잎을 따고 반사필름을 사용하면 인건비·자재비가 그만큼 들어가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국내 농산물 유통시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 환경을 보전하는 농업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하고 있다"며 "우리 농가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진지하게 친환경에 대해 고민을 할 때"라고 덧붙였다.

◆청송의 친환경 농업 지원정책

국내에서 친환경 농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이미 수십 년 전이다. 친환경농업육성법이 만들어진 것도 1998년의 일이다. 친환경 농업이란 미래세대를 위해 농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환경을 보전하며 화학비료와 농약 등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와 농산물 우수 관리제도(GAP)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들 제도를 통해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 여부 등에 관한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GAP는 인증 농산물이 어디서 생산돼 어떻게 유통되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까지 알 수 있다.

청송지역 농업인들도 소비자들이 안전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적인 과수원을 조성하고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최소화에 동참하는 농업인이 하나둘 늘고 있는 것. 앞서 2002년에는 저농약 재배를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내놓은 곳도 청송이다. 사과 농가의 경우 청송사과 GAP사업단을 운영하고 있고, 이미 1천 가구가 넘는 농가가 GAP 인증을 받았다.

이에 발맞춰 청송군도 친환경 농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 시행 중인 친환경 농업 관련 지원사업만 28개에 달할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유기질비료 지원이다. 20㎏ 한 포당 유기질비료 1천600원, 가축분퇴비 1천500원씩 지원받을 수 있다. 친환경 농자재와 장비 등을 지원하는 생태 유기농 핵심농가 지원사업은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농가에 2천만원을 지원해 준다.

유기농업자재 구입과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돕는 사업도 운영한다.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으면 200만원, 무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으면 150만원을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1건당 8천원의 택배비를 지원해주는 친환경 농산물 판로확대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친환경적인 재료로 퇴비를 생산하거나 볏짚을 환원하는 농가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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