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6] 품질 좋은 영양 한우와 다양한 지원 제도…청정한 환경서 스트레스 없이 키워 육질 부드럽고 육즙 '좔좔'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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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0 07:47  |  수정 2022-10-20 07:48  |  발행일 2022-10-20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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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동 전국한우협회 영양군지부장이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리에 있는 자신의 축사에서 소에게 볏짚을 주고 있다. 영양에서는 김 지부장을 포함해 139개 농가가 한우를 키우고 있다.

영양의 특산물 가운데 '숨은 보물'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한우다. 영양 한우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질 좋은 사료를 먹고 자라 고기의 품질과 맛이 뛰어나다. 특히 성장 과정에 스트레스를 받을 요인이 거의 없어 소들이 매우 건강하게 자란다는 장점도 지닌다. 영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한우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희소성이 높은 편이다. 영양 축산농가들은 작은 규모로 뛰어난 품질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강소농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6편에서는 지역의 또 다른 특산물 한우와 영양군의 다양한 지원제도를 소개한다.

해발 300m서 소 사육 김연동씨
사과농사와 함께 한우 48마리 키워
2018년 경북한우경진대회 최우수상
지부장 맡아 TMR 자체 생산도 추진

영양군, 축산농 지원 사업
축사 현대화 등 경쟁력 향상에 심혈
사료작물 재배·첨가제 구입땐 보조
고급육 생산 장려금·수송비 지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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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경북한우경진대회 고급육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한우. <영양군 제공>

◆해발 300m 청정지역서 자라는 소

"음매~." 19일 오전 8시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리에 있는 한 축사에서 소 울음소리가 울렸다. 김연동(62) 전국한우협회 영양군지부장은 축사 울타리 앞에 볏짚을 부지런히 깔았다. 소들은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볏짚을 입에 넣어 우물대기 시작했다. 김 지부장이 소를 키우는 이곳은 해발 300m 지대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소음이나 공해가 전혀 없다.

"오전 8시와 오후 6시 두 번 정해진 시간에 소들에게 여물을 줘요. 늘 소부터 먹이를 먹고 제가 식사를 한다니까요. 소가 상전입니다." 김 지부장은 맛있게 여물을 먹는 소를 쓰다듬었다.

축사 위에는 소에게 벌레가 달려드는 것을 막아주는 모기퇴치램프와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춰주는 송풍기가 달려있었다. 송풍기는 축사 내 기온이 22℃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작동된다고 한다. 축사 입구에는 티머시·옥수수 사일리지·볏짚·배합사료인 TMR(Total Mixed Ration) 등이 가득 쌓여있었다.

"1++등급을 받는 소는 전국적으로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키우는 소들은 대부분 1++나 1+등급을 받아요. 영양 한우는 품질이 좋아서 높은 등급을 받는 편이에요. 인간도 장수하려면 깨끗한 물과 공기가 중요한데 소도 마찬가지예요. 맑은 환경에서 스트레스 없이 좋은 것을 먹어야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김 지부장이 소를 키운 지는 10년이 채 안 된다. 젊은 시절 대구에서 일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청송에서 펌프카 장비사업을 했다. 그러다가 2014년 이곳에 들어온 뒤 집 옆에 826㎡(250평) 규모로 축사를 짓고 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6천611㎡(2천평) 규모로 사과 농사도 함께 지었다. 그는 현재 한우 48마리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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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리에 있는 한 축사에서 소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

2018년에는 경북한우경진대회 한우고급육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 지부장은 자신이 키우던 417㎏짜리 한우를 출품했다. 그의 소는 경북의 15개 시·군을 대표하는 28~32개월령 한우 27마리와 치열한 경합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진 경매에서 그의 소는 ㎏당 3만3천310원, 1천389만원에 팔렸다. 경북한우경진대회는 경북도와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 등의 주관으로 매년 열리는 행사다.

"소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소에게 좋다는 것은 뭐든 구해다가 먹이면서 연구를 했어요. 2018년 수상한 소는 영주 풍기까지 가서 구한 인삼 '막지(찌꺼기)'를 갈아서 송아지 때부터 먹였어요. 지금도 직접 밭에서 옥수수와 호밀을 재배해서 사료로 쓰고 있어요." 김 지부장은 매일 자택 거실 벽에 걸린 경북한우경진대회 수상 게시물을 보며 힘을 낸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임기 2년인 전국한우협회 영양군지부장에 취임했다. 자신의 임기 동안 TMR를 자체 생산해 축산 농가에 싸게 공급하는 게 목표다. TMR는 섬유질·곡물부산물·발효원료·곡류·견과 등을 섞어 만든 섬유질 배합사료다. 시중에서 판매되지만 가격이 비싸다.

"한우 사료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작년에는 매달 300만원 나가던 게 올해는 500만원이 들어갑니다. 영양 축산 농가들이 직접 TMR를 생산해 사용하면 사룟값이 줄어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 한우 가격도 안정될 거예요."

◆사육 수 적지만 최고급인 영양 한우

영양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우 사육 농가나 사육되는 한우 수가 많지 않다. 하지만 깨끗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축산 농가들의 노력이 더해져 뛰어난 품질의 한우가 생산된다. 영양 한우 산업은 작지만 강한 '강소농' 형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영양 축산업의 중심은 한우다. 영양에는 돼지 사육 농가가 단 한 곳도 없다. 한우는 현재 139농가에서 5천124마리를 키우고 있다. 1만6천명이 조금 넘는 영양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한우 농가가 적지 않은 편이다.

영양 한우는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자라 품질과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홍색 윤기가 흐르고, 육즙이 풍부하며 지방도 고르게 분포한다. 특히 사육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맛이 특징이다. 영양 한우는 특허청에 상표등록 돼 있다.

영양군은 지역 한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축사 현대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한우 경쟁력 강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자부담 40%를 조건으로 △한우인공수정 △축산농가기자재 개·보수 △축사시설송풍기 △한우자동목걸이 △축사용워터컵 △축사용CCTV △축사음향시설 △모기퇴치램프구입 등을 지원한다.

소 사육 농가 등에 축사환기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해주는 축산농가 지원 사업도 운영 중이다. 한우 품질 향상을 위한 사업도 다양하다. 그중 한우 고급육 생산 장려금 지원 사업이 눈여겨볼 만하다. 한 마리당 1++등급은 20만원, 1+등급은 10만원을 지원한다. 또 한우를 공판장에 수송할 때 수송비의 60%를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 놨다.

경북한우 암소능력검정사업에 참여하는 농가 중 등록을 원하는 한우에 대해 등록비를 지원하는 '한우개량사업'도 있다. 한우등록비·한우친자확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준다.

질 좋은 사료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업은 기본이다. 사료작물재배장려금·조사료생산장비 등을 자부담 40%를 조건으로 지원하고, 옥수수·보리·호밀 등 사료 작물 종자를 구입해 직접 재배하는 축산 농가를 돕기도 한다. 또 소 사육 농가 등에 면역강화용 사료첨가제 구입 비용의 절반을 보조하고 있다. 축산 농가에 스키드로더 구입비의 절반을 보조해주는 광역한우브랜드 지원사업은 소 20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가 중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로 축사면적 100㎡ 이상이 지원대상이다.

이외에도 조사료 생산장비는 물론 가축분뇨퇴비화용 톱밥 구입비를 보조해주는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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