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7] 전국 최고 품질 '영양 천궁'…서늘해야 잘 자라는 천궁 재배지로 '제격'…전국 생산량 70% 꽉 잡아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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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7 07:11  |  수정 2022-10-27 07:22  |  발행일 2022-10-27 제10면
오래된 어혈풀고 고혈압 완화 도움
더위·병해충에 약해 재배 어렵지만
영양 고랭지 옥토서 자라 품질 우수
고품질 저농약 친환경 인증도 획득
지난해 생산량만 930.1t 193억원 어치
郡, 농가 종자구입·농기구 지원부터
판로개척 앞장서며 생산 확대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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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내 천궁밭에서 천궁이 재배되고 있다. 영양은 높은 해발고도와 비옥한 토양·큰 일교차 등 천궁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영양은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천궁 주산지다. 〈토종명품화사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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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으로 풍사·두풍·흐릿한 눈을 치료하고, 사악한 기운(邪氣)과 나쁜 기운(惡氣)을 물리친다.' '오래된 어혈을 풀어주고, 토혈·코피·혈변 등을 멎게 한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천궁(川芎)의 효능이다. 한방 4대 약재 중 하나로 꼽히는 천궁은 국내산 대부분이 영양에서 생산된다. 더위와 병충해에 약한 천궁은 재배하기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영양은 높은 해발고도와 큰 일교차, 서늘한 기후, 맑은 자연환경 등 천궁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좋은 재배 환경에서 고품질의 천궁이 생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7편에서는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영양 천궁을 소개한다.

◆수매·가공·유통까지 책임지는 '영양천궁허브'

지난 25일 오후 경북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영양천궁허브 공장 앞. 가지런히 놓여있는 커다란 포대 30여 개가 눈길을 끈다. 포대 안에는 농가에서 갓 수확해 온 천궁이 가득 들어차 있다.

발걸음을 옮겨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각종 기계 설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저마다의 일을 척척 해낸다. 흙투성이의 천궁이 세척 공정을 거쳐 상품으로 가공되는 과정이다. 이후 절단 공정을 거친 천궁은 12대의 건조기에 각각 들어가 말려진다. 이렇게 건조된 천궁은 30㎏ 단위로 포대에 포장된 뒤 저온창고로 옮겨진다. 가공된 천궁은 주로 한국콜마 등에 판매된다.

오설(43) 사단법인 토종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은 "영양천궁허브는 세척 공정만 네 차례에 이를 정도로 전국 최고의 가공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영양에서 나오는 천궁의 70~80%는 이곳을 통해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영양천궁허브 운영을 맡고 있는 토종명품화사업단은 국내에서 천궁을 가장 많이 유통하는 단체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전략식품육성사업에 선정되며 농림부·경북도·영양군·울진군·농가들이 힘을 합쳐 설립했다. 토종명품화사업단에 출자한 농가 회원만 120명이 넘는다. 약초와 산채 등 토종생물자원의 생산기반 구축과 안정적인 판로 마련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토종명품화사업단은 영양천궁허브·영양종묘·오솔로·울진농업 등 4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영양천궁허브는 천궁과 당귀 등의 수매·가공·유통을 담당한다. 재배농가들은 토종명품화사업단을 통해 천궁을 판매하고, 필요한 농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오 사무국장은 "영양은 국내 천궁 주산지로 작물 품질도 가장 뛰어나다. 영양 천궁의 이미지 제고와 홍보를 위해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가에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농산물우수관리) 인증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궁 재배 최적지…전국 생산량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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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은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산형화목 미나리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이다. '궁궁이' 또는 '사피초(蛇避草)'라고도 한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뿌리 부분을 말려 약재 등으로 쓴다. 보통 천궁은 이 뿌리를 말린 것을 뜻한다. 보통 30~60㎝ 높이까지 자라는데 10월 하순~11월 상순에 수확한다.

'동의보감'에는 천궁에 대해 "오래된 어혈을 풀고 새로운 피가 생겨나도록 한다"고 적혀있다. 실제 천궁은 혈액·피부·간·두피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우울증 완화와 두통 개선·통증 완화·고혈압 완화·산모 건강·구취 제거 등에 효능이 있다. 한방 4대 약재 중 하나로 당귀와 함께 널리 사용된다.

천궁은 다른 약용작물의 특성처럼 기후 변화에 민감해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많지 않다. 국내 천궁 생산량은 2010년 3천690t에서 2014년 712t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천궁은 고온에 취약하며 병해충에도 약하다.

또 한 번 재배하고 나면 연작이 불가능해 몇 년 동안 다른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농민들은 천궁이 땅의 기력을 많이 뺏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천궁은 기능성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며 재배면적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천궁은 여름철 기후가 서늘하고 햇볕이 강하지 않으며 유기물이 풍부한 양토 및 사양토에서 잘 자란다. 여름철 30℃ 이상으로 고온이 지속되면 극심한 생육부진으로 재배가 어려워진다. 때문에 산간 또는 해발 400m 내외의 준고랭지가 재배 적지다.

영양이 천궁 주산지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이 같은 재배 환경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영양은 경북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 평균 기온도 비교적 낮고 일교차가 심하다. 토양은 물빠짐이 좋고 부식질이 풍부하다. 고랭지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천궁은 약효가 좋고 품질이 우수하다.

영양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천궁 주산지였다. 지난해 국내 천궁 생산량은 1천267t, 생산액은 241억9천9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영양에서만 930.1t(73.4%)·193억3천만원(79.9%)어치가 생산됐다.

천궁이 두 번째로 많이 나는 강원도 태백(79.5t·16억5천700만원)에 비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영양의 천궁 재배면적은 78㏊, 재배농가는 169가구다.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수비면에 농장(39㏊)이 몰려있다. 이어 재배면적은 영양읍 22㏊, 일월면 11㏊ 순이다. 영양 천궁은 생산량도 많지만 고품질의 저농약 친환경 인증도 받아 최고급 약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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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 토종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이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에 위치한 영양천궁허브 공장 앞 마당에서 포대에 담긴 천궁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종자 구입 지원부터 재배기술 교육까지

영양은 전체 면적 815.77㎢ 중에서 임야가 696.71㎢(85.4%)에 달한다. 반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경지는 75.32㎢(9.2%)밖에 되지 않는다. 농경지 대부분은 주로 밭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양의 전통적인 특산물은 고추와 담배였다. 산간내륙분지인 영양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고추와 담배가 잘 마르고 보관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일손이 줄면서 노동집약적 작물재배도 덩달아 감소하는 대신 천궁과 사과를 키우는 농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영양군도 이에 발맞춰 천궁 재배농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천궁 재배단지 조성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천궁 재배농가에 농자재와 종자 구입을 지원해 주는데 올해 편성한 사업비만 11억여 원에 이른다.

지원 단가는 농자재는 ㏊당 200만원, 종자는 ㏊당 1천200만원이다. 단 농자재는 자부담 50%, 종자는 자부담 70% 조건이다.

재배농가 교육 과정도 마련돼 있다. 영양군농업기술센터는 매년 천궁 재배방법 및 병충해 예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전문가 초청 특강도 진행한다. 특히 매년 1~2월 이뤄지는 새해농업인실용교육에 천궁 과정도 개설했다.

천궁이 더위와 병해충에 약한 작물인 만큼 영양군농업기술센터는 매년 여름철인 7~8월 천궁 작목반을 중심으로 농가를 직접 찾아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양군은 판로 개척을 위해 영천한약축제, 약령시한약축제 등 국내 우수 약초 전시회에 참여해 영양 천궁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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